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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그게 나의 전부란 걸 <번지점프를 하다> 정택운·렌 ② [No.213]

글 |배경희, 최영현 사진 |김현성 Stylist |천유경 Hair |소피아(정택운), 박옥재(렌) Make-up |박혜민(정택운), 문주영(렌) 2022-09-28 1,792

오늘도 맑음!


뮤지컬 데뷔 3년 차, 세 번째 작품. 자기 자신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매해 한 편씩 뮤지컬에 출연하고 있는 렌은 뮤지컬을 통해 제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중이다. 무대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을 그날을 향해 가면서.

 

 

뮤지컬에 한 뼘 더 가까이


2020년 <제이미>로 데뷔한 후 일 년에 한 번씩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렌의 첫 번째 창작뮤지컬이기도 한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제이미>에서 만난 심설인 연출님이 이번 공연을 맡으셔서 같이 해보자고 연락을 주셨어요. 현빈이라는 역할이 저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너무나 감사했죠. ‘내가 그래도 제이미를 잘했나 보다’ 싶어 뿌듯하기도 했고요. <번지점프를 하다>는 원작 영화가 워낙 유명하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찾아보니까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작품이더라고요. 그래도 아름다운 장면 연출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푹 빠져서 봤어요.

 

작품을 결정할 때는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공연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가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어렵잖아요.
작품에 담긴 매력이 나랑 잘 어울릴까?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이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현빈이라는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조금 자신이 없었는데, 연출님께서 확신을 가지고 저를 설득해 주셨어요. 연출님이 <제이미> 때 본 모습대로라면, 무조건 해낼 수 있을 거라면서요. 연출님 말씀에 큰 용기를 얻었죠.

 

어떤 점에서 망설여졌는데요?
전작 <제이미>나 <헤드윅>에서 맡은 역할이 혼자 톡톡 튀는 캐릭터였다면, 현빈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어야 하니까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단체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과 합을 잘 맞출 수 있을지도 걱정됐고요. <제이미> 때도 극 중 반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여럿이 화성을 쌓아가며 노래를 불러야 하거든요. 각자 다른 음을 내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렌은 긍정의 아이콘이니까, 잘할 수 있는 부분도 금세 찾아냈을 것 같아요. 현빈을 하기에 유리한 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학생 같은 이미지를 가졌다는 점? 하하. 제 나이가 올해 스물여덟인데, 밖에 나가면 아직도 학생 소리를 듣거든요. 술집에 가면 늘 신분증 검사를 받고. 사실 한 3~4년 전까지만 해도 저도 이젠 좀 어른스러워 보이길 바랐는데, 이십 대 후반이 되니까 동안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요즘에는 누가 저보고 학생 같다고 하면 “저 어려 보여요? 몇 살처럼 보여요?” 이렇게 물어봐요. (웃음)

 

연습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다고 했는데, 인물을 완성해 가는 과정의 어느 단계에 와있는 것 같아요?
이제 현빈에게 70~80 퍼센트 정도 빠져든 것 같아요. 처음에는 현빈이 밝고 단순한 성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마냥 개구쟁이 같은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현빈이 섬세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인우의 알 수 없는 행동들로 인해 그렇게 혼란스러워하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현빈과 인우의 갈등 관계를 이해하는 게 지금 저한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예요. 그래야 무대에서 제대로 몰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렌이 바라보는 인우는 어떤 사람인가요?
편견 없는 사람이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낭만적인 사람인 것 같고요. 제가 이 작품에서 매력적으로 느낀 점이 뭐였냐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다고 해도 한눈에 그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다고 믿는 점이었거든요. 저도 운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게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음, 인우와 태희가 처음 만나는 장면처럼 첫눈에 뭔가 탁!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오늘 같이 사진 촬영을 한 택운 씨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한 무대에 설 예정이에요. 아이돌과 함께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택운 형은 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뮤지컬을 했잖아요? 요즘에는 아이돌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형이 데뷔했을 때는 그런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부담도 컸을 테고요. 그런데 성실한 노력으로 후배들이 뮤지컬을 많이 할 수 있게끔 길을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기회에 형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울 거예요.

 

 

흔들리지 않을 내일을 위해


<제이미>로 뮤지컬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진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부터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던 터라 기뻤는데, 막상 기회가 오니까 ‘잘 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첫 작품으로 하기엔, 제이미라는 역할이 극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거든요. 대사도 많고, 노래도 많고, 안무도 많고. 내가 이걸 다 소화할 수 있을지 부담됐어요. 그런데 지인들이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 줘서 힘이 났어요. 부모님의 응원도 큰 힘이 됐고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초연 작품이라 부담이 더 컸을 것 같아요. 과거 인터뷰에서 스스로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고 했는데, 첫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비가 왔던 순간은 없었나요?
연습 중에 좌절하게 될 때는 대사랑 노래가 안 외워질 때예요. 반복 연습을 해도 도대체 외워지지가 않을 때, 그럴 때는 가끔씩 패닉 상태가 돼요. 그러면 그냥 이렇게 (허공을 보면서) 멍하게 있어요. 막 한두 시간씩요. 그러곤 “정신차리자!” 하고 다시 마음을 잡는 거죠. 그래도 다행히 <제이미> 때는 괜찮았는데, <헤드윅> 때 큰 위기가 왔어요. 원맨쇼에 가까운 공연 특성상 대본이라는 큰 틀 안에서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야 하니까 너무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캐스팅 라인업이 어마어마했잖아요? 쟁쟁하신 선배님들 사이에서 저만 못할까봐 많이 두려웠어요.

 

큰 도전을 앞두고 두려워질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요?
사실 <헤드윅> 캐스팅 발표가 났을 때, “아이돌이 ‘헤드윅’을 어떻게 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어요. 심리적으로 위축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했어요. “과정은 어려워도, 결과는 좋을 거야”라고 제 자신을 다독이면서요. 아, <헤드윅>을 하고 나서 쇼노트(제작사) 대표님께서 엄청난 칭찬을 해주셨어요. 뭐였냐면, 저로 인해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셨대요. 완전 감동!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반대로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아이돌 활동의 어떤 점이 뮤지컬 무대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노래와 춤은 연습생 시절부터 계속 연습해 왔던 거니까, 한 번 가르쳐 주면 빨리 습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 선배님들이 말씀해 주시길, 제 연기는 날것의 느낌이 나는데, 그게 오히려 매력적이래요.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서 그런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요즘 부쩍 주위에서 작품이나 역할 추천을 많이 받는데, 뭔가 하고 찾아보면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뭐든 잘할 수 있답니다! 하하하.

 

이번에 맡은 역할이 고등학생이니까 학창 시절이 어땠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때의 추억이 많지 않겠더라고요.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연습생 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 방송 보는 걸 좋아했어요. 근데 보는 걸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저 무대에 서서 노래하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열한 살 땐가, 그때부터 “나는 TV에 나오는 사람이 될 거다, 무조건 아이돌이 된다!” 이렇게 마음먹었어요. 열여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2년 반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연습생 기간이 아주 길었다고 할 순 없어요. 그래도 저한테는 그 시간이 짧지 않았던 게, 2년 반 동안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거든요. 그 시간을 버틴 게 스스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잘 해낼 거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면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노력의 시간들을 통해 얻게 된 가장 값진 선물은 뭔가요?
저를 좋아해 주고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죠. 그분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보면 팬분들은 제 인생의 또 다른 가족 같아요. 조건 없는 사랑을 해주는 진짜 가족. 팬분들이 저한테 큰 사랑을 보내주시는 만큼 저도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아요.

 

이십 대 후반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한창 많아질 때잖아요. 렌도 비슷한 고민을 하겠죠?
어떻게 하면 좀 더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요즘 들어 이런 고민이 부쩍 많이 늘었어요. 지난 10년간 그룹 활동을 하다 홀로서기를 해야 해서 생각이 많아졌나 봐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제 앞에 펼쳐질 새로운 길이 기대된다는 거예요. ‘10년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생각해 보면 불안함보다는 설렘이 더 크죠. 왜냐하면, 저는 진짜로 한 획을 긋고 싶거든요. 으하하. 왜 그런 말 있잖아요,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한다!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건 엔터테이너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니까, 대중들의 마음에 커다란 획을 그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하.

 

뮤지컬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뭔가요?
뮤지컬은 제가 새롭게 시작한 분야잖아요? 짧고 굵게 활동하기보다 오래오래 무대에 서고 싶어요. 관객분들에게 배우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서 감동도 드리고, 희망도 드리고, 또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3호 2022년 6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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