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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대중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 라디오 프로듀서 겸 소설가 이재익 [No.88]

글 |김유리 사진 |박진환 2011-01-26 5,117

소설 쓰는 방송국 PD, 요즘 최고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SBS ‘컬투쇼’의 프로듀서이자 지난 12월, 여섯 번째 소설 『압구정 소년들』을 발표한 소설가 이재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본업 하나도 벅찰텐데 글은 언제 쓰지?’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음악 활동과 글쓰기를 함께 해온 그에게 라디오 PD와 소설가는 어린 시절부터 일상화된 일의 직업적 연장선상에 불과하다. 1997년 『문학사상』에 소설부문으로 등단하여, 13년간 6권의 소설에서 로맨스와 스릴러 안에 자신이 경험해왔던 시공간과 삶을 변주하여 담아왔다. 최근 소설인 『압구정 소년들』역시 연예계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여 1990년대 압구정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강남 키드로서의 추억과 고민을 담은 소설이다. 한번 책을 펴면 기어코 마지막장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그의 글에선 대중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픈 그의 이글거리는 열정이 느껴진다.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나?  굉장히 세속적인 인간이라…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명성을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고.(웃음)


글을 쓰게 된 건 언제부턴가?  이야기를 만드는 피가 흐르는 것 같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상상을 많이 하고, 이야기 만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중 2때부터 단편소설 형식의 습작을 시작했는데 글 쓰는 게 아주 좋았다. 대학을 영문학과로 진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4년 내내 책만 읽었다. 카투사에서 복무했는데, 다른 군인들보다 시간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내 방이 따로 있었다. 군대에서 할 게 뭐가 있겠나. 다들 오락을 하면서 노는데, 난 그런 것에 취미가 없어서, 노트북 하나 사서 계속 글을 썼다.


복무 중에 쓴 글로 등단하고, 첫 소설로 영화계까지 경험했던데.  등단을 하게 되고, 첫 번째로 발표했던 소설 『질주질주질주』가 영화화 되면서, 감독님 집에서 한 달간 기거하며 내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상인 감독이라고 용인대 영상학과 교수님이셨는데, 한 달 동안 그분 댁에서 지내면서 일대일로 시나리오 쓰는 특훈을 받은 셈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나리오 쓰는 것에도 입문을 하게 되었다.


한 가지도 잘하기 어려운데, 두 가지를 하느라 바쁘겠다. 이재익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취미이자 휴식, 좋아하는 일이다. 내 일상의 모든 포커스가 글 쓰는 것에 맞춰져 있다. 낮엔 일하고 밤엔 글 쓰고. 이게 내 유일한 생활 패턴이다. 9시에 출근해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남는 시간엔 글을 쓰는 셈이다. 인터넷도 잘 안 한다. 하루에 인터넷 하고, 통화하는 시간, 오락하는 시간, 골프 치고 운동하고 낮잠 자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시간이다. 난 그 시간 동안 되도록 그런 건 안 한다. 내게 전화해보면 알겠지만 ‘용건만 간단히’라고 나오지 않나. 전화로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참 재미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압구정 소년들』의 챕터는 한때 록 키드였던 사람의 회상 컴필레이션 앨범 트랙처럼 보인다. 몇몇 전작들에서도 마치 라디오 DJ가 사연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듯, 상황을 대변하는 음악들이 등장인물로 인해 기억된다. 음악, 특히 록에 대한 깊고 오랜 관심을 읽을 수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즐겨 들었다. 너무 어릴 때니까 별다른 이유 없이 좋아했던 것 같다. 특히 록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땐 『압구정 소년들』의 현우주처럼 록 그룹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을 했던 경험도 있다. 보통 어렸을 땐 록을 좋아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팝이나 재즈로 바뀌기도 한다지만, 직업상 다른 음악도 많이 듣지만, 난 초지일관 록을 좋아한다.


압구정과 록 키드는 뭔가 상충하는 느낌인데.  그렇다. 그쪽에선 보통 음악을 잘 안 한다.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고.   


소설집 『카시오페아 공주』내 단편「레몬」과 『압구정 소년들』의 남자 주인공들의 경우 특히 자전적인 분위기를 띈다.  「레몬」은 정말 10여 년 전 대학 시절 내가 느꼈던 감정과 거의 흡사하다. 당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고시를 보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겠구나 하는 주변의 기대감과 ‘서울대 씩이나 나왔는데 레코드 가게에서 글 쓴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주위의 염려 사이에서 나 나름대로는 심각하게 고민했던 때였다. 『압구정 소년들』에서 현우주라는 방관자보다는 오히려 대웅을 많이 닮았을 수도 있겠다. 나도 욕망이 강하고 대웅의 부지런하고 치밀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압구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실제와 이미지가 그만큼 다른 곳도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압구정동은 아파트 단지 세 개밖에 없는 주택가다. 한양, 현대, 미성아파트. 그 맞은편에 있는 신사동과 잠원동의 유흥가가 압구정처럼 보여지면서 압구정에 가면 고층빌딩과 네온사인들이 반짝인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상은 30년이 넘는 다 쓰러져 가는 재건축 아파트밖에 없다. 물론 아파트 가격을 보면 부가 집약되어 있는 동네긴 하다. 강남의 여러 곳에 살아봤지만 압구정은 이상하게 배타적인 느낌이 있다.


압구정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소설과 영화 등이 나오기는 했지만, 실상 그 안에 사는 강남 키드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본격적으로 강남 키드의 성장통을 다룬 얘기는 아니지만 그들이 하던 고민은 거의 비슷하게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는 주위의 기대에 따라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인데, 알다시피 강남은 그게 좀 더하다. ‘8학군에서 학교 졸업하고 공부 이 정도쯤 했으면 SKY가야지.’ 이런 기대감이 그 다음 단계,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직장도 어느 정도 괜찮은 데 가겠지’. 그러곤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니 이런 스펙의 여자/남자는 만나겠지’, 여자든 남자든 거기에서 자유로워지기 쉽지 않다. 실제로 그런 부분에 대한 피곤함을 많이 느꼈다.  


소설에 등장하는 시공간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해서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에겐 극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그 안에 연예계 루머가 중심에 있는데, 그런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루머조차 실제로 받아들여지진 않을까 염려하진 않았나?   결말이 약간 지나친 해피 엔딩이란 느낌이 있을 거다. 결국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그런 우려 때문에 만든 장치이기도 했다. 악인을 만들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다. 초고는 아주 독했다. 훨씬 재밌었을 수도 있다.(웃음) 사실 창작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독하게 써도 상관없겠지만, 사람들이 오해할 만한 그들이 입을 이미지적 피해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우려 때문에 뒷부분을 많이 다듬었다.


소설 대부분이 굉장히 대중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다. 소설가는 대중과 생각을 같이 나누어야 하는 사람이면서도 보통 고답적인 이미지가 있기도 한데, 라디오 PD 일을 하는 소설가는 대중 코드에 있어서는 시너지가 될 것 같은데?  소설가가 골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세상을 잘 모르지 않나. 사회생활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라디오 PD의 입장에서 보면 방송을 하면 에너지를 많이 뺏겨서 굉장히 지친다. 그럴 때 소설을 쓴다는 것이 새로운 출구처럼 느껴진다. 그런 삶을 저녁에 누려본다는 것. 두 가지 삶을 산다는 것. 그게 지치지 않고 라디오 PD를 계속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한 것 같다. 내게 소설은 휴식처이고 원동력이다.


소재는 보통 어디서 찾나.  주변에서 많이 찾는다.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 가족들, 직장 동료들, 인터뷰하는 기자님이 될 수도 있고.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이 있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선물로 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사실 우주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과 역사,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너무나도 짧고 좁은 곳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책이다. 우리가 화성이든 어디든 다 다녀볼 순 없는 노릇이잖나. 그리고 리우 데 자네이루에 가볼 수는 있겠지만, 살기는 힘들잖나.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무한히 확장되어 있는 내 주변 사항에 대해서 어떻게 내가 반응하고 싶은지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생각한 게 상상이었다. 상상을 하면 달나라에, 우주에 갈 수 있고, 남미에 있는 여자와 연애도 할 수 있고, 남극에서 살 수도 있다. 그렇게 내게 큰 영향을 준 책이 『코스모스』다. 내겐 일종의 종교 같은 느낌도 있다. 『코스모스』에 있는 문장들과 가르침들이.   


스릴러나 미스테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건 연애 소설(웃음). 그리고 스릴러같이 장르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전작 『카시오페아 공주』를 8월에 발표했고, 『압구정 소년들』은 4개월 만인 12월에 발표했다. 글을 빨리 쓰는 편인 것 같다.  굉장히 빨리 쓰는 편이다. 그동안 써왔던 글들이 많기도 하고. 『노란 잠수함』 이후 7년 정도 책을 내지 않았는데, 그때 써놓은 글이 많았다. 곧 또 나올 거다.(웃음)   


하루에 글을 쓰는 시간은 어떻게 되나.   하루에 4~5시간씩 쓴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 달 후, 지금 예스24에 연재하고 있는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 소설로 출간될 예정인데, 완전 재밌을 것 같다.


다른 인터뷰를 보니 『압구정 소년들』이 제일 재밌을 거라고 하던데? 당분간은 『압구정 소년들』이 개인적으로는 최고작이 될 거다. 제일 사랑스러운 작품이다.(웃음)


정말 글 쓰는 걸 즐기는 것 같다.   정말 좋다.(웃음) 얼굴 보면 나오잖나. 행복하다.


어떤 방송을 하고 싶나.   라디오 PD로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송을 꿈꾼다. 내가 맡은 뒤 <컬투쇼>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앞으로도 좀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


소설도 소통의 도구로 보나?  혼자 자위하듯 쓰는 소설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더 많이 팔리길 원하는 거다.  책이 많이 팔렸으면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그거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8호 2011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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