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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무사시> 후지와라 타츠야, 무대는 나를 확인하는 장소다 [No.126]

글 |송준호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4-04-07 5,028

같은 반 학생들로 이뤄진 서바이벌 살육전의 우승자(<배틀로얄>), 초현실적 살생부를 쥔 악의 처단자(<데스노트>), 전 국민의 목표가 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짚의 방패>). 그동안 후지와라 타츠야가 맡은 인물들은 대부분 현실에서 찾기 힘든 강렬한 마력의 소유자였다. 독특한 외모도 아니지만 이런 강한 캐릭터들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건 고유의 에너지 덕분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데뷔작인 연극 <신도쿠마루>의 장님 소년과 만나게 된다. 이번 달 그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그 연극 무대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일본의 명 연출가인 니나가와 유키오의 연극 <무사시>로 한국을 찾는 것. 영화 홍보와 드라마 촬영, 연극 연습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와 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만났다.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인물의 힘

 

초연 이후 벌써 네 번째로 같은 작품에서 무사시 역을 맡게 됐습니다. 이 작품의 어떤 점이 또 다시 도전하게 만드나요.
우선 이노우에 히사시 작가님의 “복수의 연쇄를 끊는다”라는 만국 공통의 메시지와 희극적 요소가 섞인 대본의 매력이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무대에 구현하는 니나가와 선생님의 연출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한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연기하면서 인물의 해석이나 깊이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4년 동안 계속 같은 역을 연기하고 있지만 상대역인 코지로가 매번 달랐기에 그에 따라 저의 연기도 바뀔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코지로가 없으면 무사시도 없으니까요. 또 극 중 나이와 제 나이가 비슷해지면서 무대 위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주변의 캐릭터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 같습니다.

 

<무사시>는 이노우에 작가가 당신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연기를 했을 때 무사시와 당신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었나요.
저는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본을 대하고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단순하지만 올곧은 점이 무사시의 자세와 닮은 것 같습니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전설적인 무사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의 실제 모습을 연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무사시는 어떤 인물입니까.
사전에 원작자인 요시카와 에이지 씨가 쓰신 『미야모토 무사시』를 자료로 읽었습니다만, 이노우에 선생님의 <무사시>가 제 안의 무사시 상이었기에 그것을 따르려는 마음이었습니다. 검이나 다도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남자이기에 착실하고, 성실하고, 금욕적이며, 상황을 파악하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사시에게는 ‘사사키 고지로’라는 일생의 라이벌이 있었죠. 당신에게도 비슷한 존재가 있습니까. 있다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누가 있다는 건 아닌데, 같은 나이대의 배우들이나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 배우들로부터 자극을 받습니다.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질투도 나고요. 뿐만 아니라 같은 현장에서 제가 못하는 표현을 해내는 것을 보면 존경하고 동경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맡았던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에 비하면, ‘무사시’는 다소 전형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떤 역할도 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무사시’ 역시 그렇습니다. 특히 예전에 초연 때는 첫 공연 당일 낮에서야 마지막 대본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연습 때부터 하루하루 대본을 접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니나가와 선생님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무사시>는 지극히 일본적인 작품인데도 런던, 뉴욕, 싱가폴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 원동력은 뭘까요.
이노우에 선생님이 만든 대사 하나하나의 맛이 번역된 자막을 통해서도 해외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나카고시 씨의 무대미술인 절(사찰) 세트가 요소요소에서 움직이는데, 극 중 시간 경과를 표현하기 위한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시각적인 즐거움과 동시에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해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대라는 공간의 의미

 

무대는 카메라 앞과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입니다. 요즘처럼 바쁜 일정을 오갈 때 그런 환경의 변화가 연기에 어려움으로 작용하지는 않는지요.
연극 연습이나 실제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최대한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무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무대로 돌아올 때는 그 직전에 어느 정도 시간을 둡니다. 대본을 사전에 읽고, 머리에 넣고 나서 연습에 임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영화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데뷔는 연극이었고 재능을 입증해낸 것도 연극 무대였습니다. TV 광고나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는 또래 어린 연기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죠. 연극으로 배우 세계에 입문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습니까.
원래 이쪽 세계에 흥미가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니나가와 선생님의 이름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연극에는 무지했으니까요. 15살 때 친구와 놀다가 우연히 관계자에게 스카우트됐고, 오디션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니나가와 선생님께서 저를 발탁하신 거죠.

 

그때부터 줄곧 니나가와 연출가와 인연이 깊습니다. 그는 배우에게 재떨이를 던질 정도로 엄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스타가 된 지금, 그와의 작업이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까.
막 데뷔를 했을 때는 그 연출 방식이나 연습실에서의 엄격함, 무서움 때문에 몇 번이나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반복해서 작업을 하면서, 내 자신이 얼마나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선생님과 앞으로 많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도망치고 싶었을 정도면 굉장히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나요.
그때는 연극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입문했던 상황이라 하루하루가 힘들었습니다. 매일 연습실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니나가와 선생님에게 혼나고 지적받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신도쿠마루>가 끝나면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니나가와 선생님께서 제 나이와 맞는 역할을 차례차례 주셔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니나가와 선생님의 연출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보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했습니다. 당시 10대인 저로서는 그 하나하나가 학교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즐거움과 재미였습니다.

 

 

어느덧 30대에 들어섰고 패기보다 관록으로 승부하는 배우가 됐습니다. 10여 년 동안 다양하게 활동하며 연기 지평도 넓어졌습니다. 그런 지금 욕심을 내는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우선 연극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저 자신의 기초이고, 기준이 되는 부분이고, 자기 확인의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영상 쪽으로는 외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해외의 감독, 배우, 촬영 현장을 경험하고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스타일의 해외 작품이나 감독이 있습니까.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좋아합니다. 또 원빈 씨가 주연을 맡은 <아저씨>도 인상깊게 봤습니다.

 

그동안 파격적인 역할들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꼽는다면 어떤 것입니까.
최근 작품 중 지난해 촬영한 <몬스터즈(MONSTERZ)>와 <바람의 검심>이 떠오릅니다. <몬스터즈>는 한국 영화 <초능력자>의 리메이크 버전인데, 여기서 눈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연기했습니다. 격렬한 액션 장면은 없는 대신 ‘눈’으로 하는 연기가 많아서, 그것만으로 관객을 납득시키는 연기가 필요해서 어려웠습니다. <바람의 검심>은 주인공 ‘켄신’의 최대의 적이자 원작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시시오 마코토’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전신을 붕대로 감은 특이한 체질을 가진 남자였는데, 의상과 메이크업에서도 감독이나 스태프 모두가 신경써서 만든 비주얼이었던 만큼 원작 팬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바쁜 일정을 치르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당신은 언제 행복함을 느낍니까. 배우로서든, 개인으로서든.
배우로서는 새로운 감독이나 배우들, 작품과 만나서 성공했을 때입니다. 성공이란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그보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완성했다는 감동을 나눌 때가 더 기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날 일을 마치고 맛있는 식사를 하러 갈 때나 집에서 가볍게 술을 마실 때 정도입니다. 아주 소소한 것들이죠? (웃음)

 

오랜만의 무대 복귀, 한국에서의 첫 공연 등 이번 공연은 당신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이번 무대에서 어떤 점에 주목해줬으면 좋겠습니까.
말이나 문화는 다릅니다만 관객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무대입니다. 그래서 좀 불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무대미술도 멋지니까 그 움직임이나 조명의 변화도 기대해주십시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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