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NEW FACE] 지금 이 순간의 행복 - <렛미플라이> 임예진 [No.228]

글 |이솔희 사진 |이민옥 2023-10-11 1,033

 

“무대에 서면 모든 생각을 비우고 공연에만 집중하게 돼요. 전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어느덧 데뷔 6년 차, 매 작품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내며 대학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임예진은 무대에 서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가 이번에 만난 작품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삶과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렛미플라이>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시작한 고등학생 임예진은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추억 하나를 떠올린다. 잠시 아역 배우로 활동하며 두어 편의 가족 뮤지컬 무대에 섰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다. 그때 무대에서 마주했던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는 어렴풋한 꿈을 품고 연기 전공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임예진은 여느 이십 대가 그렇듯 또 한 번 고민에 빠진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라는 피할 수 없는 고민 말이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한 채 학교를 휴학하고 유럽 여행을 떠난 그는 영국에서 그 답을 발견한다.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을 봤는데, 오버추어 음악이 흐를 때부터 커튼콜이 끝나고 막이 내려갈 때까지 모든 순간이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어요. 영국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미스 사이공>만 세 번을 봤을 정도로 푹 빠졌죠. 그때부터 ‘무조건 뮤지컬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후 2018년, 임예진은 <삼총사>의 앙상블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인생 첫 번째 오디션에서 단번에 합격 소식을 받아 들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웃었다. “저는 무대에 설 때보다 오디션을 볼 때 훨씬 더 많이 긴장해요. <삼총사> 오디션은 제 첫 오디션이었고, 배워본 적 없는 춤까지 춰야 해서 말도 못 하게 긴장했어요. 처음으로 무대에 섰던 날에도 얼마나 긴장을 많이 했던지, 막이 올라가기 직전 손발에 땀이 줄줄 흘렀던 게 또렷하게 기억나요.(웃음)” 임예진이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신인 등용문’으로 불리는 <베어 더 뮤지컬>의 아이비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라 레볼뤼시옹> <웨이스티드> <빠리빵집> 등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관객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중이다. “지난 5년간 제가 참여한 모든 작품의 모든 순간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요. 무대에 서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했거든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난 5년간 제 앞에 놓인 길을 차근차근 잘 걸어온 것 같아 뿌듯해요.”

 

9월 개막을 앞둔 <렛미플라이>에서는 우주 비행사를 꿈꾸는 소녀 정분 역을 맡아 무대에 설 예정이다. 감정에 솔직한 정분으로 변신하기 위해 임예진은 감정 표현의 폭을 넓히는 연습을 하고 있단다. “저와 정분이는 밝고 당찬 성격이 닮았어요. 그런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더라고요. 감정을 주저 없이 표현하는 정분이와 달리 저는 감정 표현에 소극적인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렛미플라이>는 정분의 연인 남원이 50년 뒤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삶과 사랑,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임예진은 <렛미플라이>가 관객에게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주길 바란다.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처음 <렛미플라이> 대본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따뜻한 사랑 이야기에 마음이 동했나 봐요. 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분들도 <렛미플라이>를 본 뒤 마음에 사랑을 가득 담아 가시고, 그 사랑을 주변에 많이 나눠 주시면 좋겠어요.” 

 

<렛미플라이> 속 남원처럼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도, 임예진은 현재에 머무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 모토가 ‘현재에 충실하자’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도, 다가올 미래를 동경하지도 않는다. “과거로 돌아갈지라도 저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반대로 미래에 가서 내게 벌어질 일을 미리 알게 되면… 사는 게 재미없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임예진은 언제나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마주한 행복에 집중한다. “저는 무대 위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했던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데뷔 초 심적으로 많이 힘들 때 ‘내가 진짜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그런데 최근에 문득 돌아보니 제가 행복해져 있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어요. 행복은 내가 쫓아가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나를 찾아오는 거라는 걸.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찾아와 주는 행복을 누리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8호 2023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