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heo Wargo - Getty Images for Tony Awards Productions
2016년 뮤지컬 < Color Purple >로 토니상을 수상하고, 영화 <위키드>의 엘파바 역으로도 잘 알려진 신시아 에리보가 올해 토니 어워즈의 호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역대 호스트들이 유쾌한 안무와 재치 있는 노래로 시상식의 문을 열었다면, 신시아 에리보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풍부한 음색으로 합창단과 함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며 올해 후보작들을 소개했다. 특히 시상식 시작과 함께 브로드웨이 티켓 판매 수익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물론 이는 물가 상승과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증가로 보기 어렵지만, 팬데믹 이후 긴 침체기를 겪은 브로드웨이 업계로서는 회복의 신호탄이자 의미 있는 기록이다.
이제 토니 어워즈: Act 1은 토니 어워즈의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본 방송 전 광고 시간에 소외되듯 진행되던 디자인 부문 시상이 Act 1으로 독립하면서, 창작자들에게 보다 집중된 주목과 박수를 보내는 무대로 거듭난 점이 특히 반갑다. 올해 Act 1에서는 연극 부문에서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그림자 Stranger Things: The First Shadow >가 무대 디자인, 조명 디자인, 음향 디자인 3개 부문을 석권했고, 뮤지컬 부문에서는 <어쩌면 해피엔딩 Maybe Happy Ending>이 극본상, 작곡상, 무대 디자인상을, <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이 편곡상, 안무상, 음향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각각 3관왕에 올랐다. 이외에도 두 개의 특별상이 수여되었는데, 이는 무대 위에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 이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연극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그림자>의 특수효과팀과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밴드가 그 주인공으로, 이 특별상은 무대 뒤에서 묵묵히 빛나는 이들의 예술성과 헌신에 보내는 진심 어린 찬사였다.
Act 1에서는 특별상과 공로상 수상도 함께 발표됐다. 연극 < To Kill a Mockingbird >로 토니상을 수상했던 실리아 키넌-볼거는 사회공헌 활동가로서 올해 특별상을 받아, 지난해 젊은 나이에 별세한 배우 개빈 크릴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개빈 크릴 펠로우십’의 출범을 알리며 신인 배우들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을 호소했다. 평생 공로상은 배우 겸 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이 수상했다. 그는 10대 시절 자신을 받아들여준 브루클린의 지역 극장 사람들과, 다운타운의 라 마마 극장을 거쳐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자신을 이끌어준 뉴욕의 씨어터 커뮤니티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마음을 울리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사진= Theo Wargo - Getty Images for Tony Awards Productions
브로드웨이 2024-2025 시즌 뮤지컬 축하 무대 명장면
축하 무대의 포문은 뮤지컬 <죽어야 사는 여자 Death Becomes Her>로 여자 주연상 후보에 오른 메건 힐티가 열었다. 선보인 극 중 넘버 ‘For the Gaze’는 그녀의 퀵 체인지와 화려한 앙상블의 안무가 돋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 작품으로 폴 타즈웰이 뮤지컬 부문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무대는 동명의 전설적인 음악 그룹의 노래를 기반으로 전곡이 스페인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밴드 멤버들이 무대 위 주요 인물로 함께 등장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안무상을 수상한 저스틴 펙과 패트리샤 델가도의 다채로운 안무가 무대 전체를 생동감 있게 채웠다. 이 작품으로 나탈리아 베네시아 벨콘이 뮤지컬 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 선셋 블러바드 SUNSET BLVD.>의 2017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서 노마 데즈먼드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글렌 클로즈의 소개로, 뮤지컬 부문 여자 주연상 후보 니콜 셰르징거가 무대에 섰다. ‘As If We Never Said Goodbye’를 부르며 긴 벨팅으로 무대를 장악한 그녀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경이 “최고의 노마 데즈먼드”라 칭한 이유를 실감케 했다. 특히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연기와 조명이 함께 흐르는 듯한 장면은 조명 디자인상을 수상한 잭 놀즈의 감각이 빛난 순간이었다. 니콜 셰르징거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올리비에상에 이어 올해 토니상까지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하와이, 우크라이나, 필리핀계 여성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삶을 살아왔지만,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어딘가에 속한다’는 감정을 느꼈다며, 자신을 무대 위로 이끈 연출 제이미 로이드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 경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라민 카림루는 브로드웨이의 비영리 극장 중 하나인 라운드 어바웃 씨어터에서 제작한 < Pirates! The Penzance Musical >의 넘버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길버트와 설리번의 오페라 <펜잔스의 해적>을 리바이벌한 작품으로, 올해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안타깝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레아 살롱가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 Maybe Happy Ending >은 제주도에 도착한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반딧불이를 보며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Never Fly Away’를 오케스트라와 함께 선보였다. 반딧불이라는 뜻의 팬덤 이름 ‘Fireflies’를 자랑하는 작품답게 탁월한 넘버 선택이었다.
뮤지컬 <해밀턴 Hamilton>은 브로드웨이 공연 10주년을 기념해 특별 무대를 준비했다. 린 마누엘 미란다를 비롯해 레슬리 오덤 주니어, 필리파 수, 르네 엘리스 골즈베리, 아리아나 드보스, 크리스토퍼 잭슨, 데이비드 딕스, 조나단 그로프 등 오리지널 캐스트가 총출동해 명곡들을 이어 부르며 전석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2016년 토니상에서 16개 부문 후보에 올라 11관왕이라는 역사를 쓴 이 작품은 여전히 브로드웨이의 상징적인 존재다. 올 가을에는 오리지널 캐스트 중 하나인 레슬리 오덤 주니어가 다시 무대로 복귀할 예정이어서 기대감을 더한다. 이번 토니상 무대는 그 자체로 10주년 기념 공연의 완벽한 티저이자, 최고의 홍보였다.
사진= Theo Wargo - Getty Images for Tony Awards Productions
기록을 새로 쓴 작품들과 수상자들
올해 토니 어워즈 연극 부문 최우수 작품상에는 퓰리처상 수상작 두 편이 후보에 올랐다. 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의 < Purpose >(2025년 퓰리처상 수상작)와 사나즈 투시의 < English >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였는데, < Purpose >가 수상하면서 이는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같은 해에 수상한 24번째 작품이 됐고, 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는 작년에 연극 부문 리바이벌 작품상을 수상한 < Appropriate >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세 번째 극작가가 됐으며, 연극 부문 작품상과 리바이벌 작품상 모두 수상한 유일한 극작가로 기록됐다. (그는 이러한 업적을 이룬 최초의 흑인 작가다.)
오프-브로드웨이의 성공에 이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 Oh, Mary! > 의 콜 에스콜라는 연극 부문 남자 주연상을 수상해 연극 부문 남자 주연상을 수상한 첫번째 논-바이너리 배우가 됐다. 또한 이 작품의 연출 샘 핑클턴은 연극 부문 연출상을 수상해 첫번째 토니상을 손에 넣었다.
드라마 시리즈 < Succession >의 스타 사라 스누크가 출연중인 연극 <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 >은 토니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역사상 가장 많은 부문의 후보에 오른 1인극이 되었으나, 의상 디자인상을 비롯해 사라 스누크가 연극 부문 여자 주연상을 수상해 2관왕에 그쳤다.
카라 영이 지난해 연극 < Purlie Victorious >로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 Purpose >로 다시 한번 수상함으로써, 역사상 두 번째로 같은 상을 연속 수상한 배우가 됐다.
뮤지컬 <민스미트 작전 Operation Mincemeat>의 잭 말론은 올리비에상에 이어 토니상에서도 뮤지컬 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해 가히 웨스트 엔드와 브로드웨이를 넘나드는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프란시스 주는 데이비드 헨리 황의 작품 < Yellow Face >로 토니상 연극 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20년 전 앨빈 잉이 1976년 뮤지컬 < Pacific Overtures > 당시 직접 제작해 선물한 턱시도를 오늘 드디어 입고 토니상을 수상하게 됐다며 감격을 전했다. 또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용기와 동기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수상으로 프란시스 주는 1989년 연극 < M. Butterfly >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비디 웡에 이어, 토니상 연극 부문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두 번째 아시아계 남자 배우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두 작품 모두 데이비드 헨리 황의 작품이라는 점은,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계 서사가 얼마나 드물게 무대에 오르고 또 인정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극 부문은 대부분 고르게 시상이 분포된 와중에 특별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른 연극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그림자>가 최다 수상작이다. 뮤지컬 부문 최다 수상작은 6관왕에 오른 < Maybe Happy Ending >, 그리고 특별상을 포함해 5관왕에 오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연극 부문 리바이벌 작품상은 작가 조나단 스펙터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자 브로드웨이의 비영리 극장인 맨하탄 씨어터 클럽에서 제작한 < Eureka Day >에 돌아갔다. 뮤지컬 부문 리바이벌 작품상은 <선셋 블러바드>가 수상했다.
사진=Theo Wargo - Getty Images for Tony Awards Productions
10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라 6관왕의 기염을 토한 < Maybe Happy Ending >
올해 토니 어워즈에서 < Maybe Happy Ending >은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6개 부문을 수상하며 가장 많은 상을 휩쓴 작품이 됐다. 이미 토니상에 앞서 드라마 데스크상 6관왕,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 뮤지컬 작품상, 드라마 리그상 뮤지컬 작품상과 연출상, 외부 비평가 협회상에서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상, 극본상, 작곡상, 연출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2024-2025 브로드웨이 시즌 최고의 뮤지컬임을 입증한 셈이다.
< Maybe Happy Ending >이 수상한 부문은 다음과 같다:
Best Musical(작품상)
Best Book of a Musical(극본상)
Best Original Score (Music and/or Lyrics) Written for the Theatre(음악상(작곡/작사))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Leading Role in a Musical – Darren Criss(남자 주연상 – 대런 크리스)
Best Scenic Design of a Musical – Dane Laffrey & George Reeve(무대 디자인상-데인 래프리&조지 리브)
Best Direction of a Musical – Michael Arden(연출상-마이클 아든)
극본상을 수상한 윌 애런슨과 박천휴 콤비는 자신들이 커플이 아닌 17년간 함께 작업해온 창작 파트너임을 재치 있게 언급하며 여유로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9년간의 개발 과정 동안 작품을 지지해준 여러 단체와 개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음악상을 수상해 다시 시상식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은 한국 인디 음악, 미국 재즈,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조화시켜 완성된 이 작품을 기꺼이 받아들여준 브로드웨이 커뮤니티와 매일 무대 아래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무대 디자인상을 수상한 데인 래프리와 조지 리브는 “이 작품을 만든 것은 마치 연금술과도 같았다”고 말하며,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춘 디자인 팀과의 신뢰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뉴요커 지와의 인터뷰에서 데인 래프리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줌 인, 줌 아웃하며 원하는 대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감각을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 Maybe Happy Ending >의 상징적인 무대 효과에 담긴 영감의 출처를 공개했다.
2023년 < Parade >에 이어 두 번째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마이클 아든은 “공감의 힘, 직접 극장에 와서 예술을 경험하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것, 그리고 창조를 멈추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올해 토니 어워즈 Act 1의 호스트를 맡았던 대런 크리스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 부문 남자 주연상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인종적으로 다양한 시즌에 이 작품의 주연으로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또 함께 주연을 맡은 클레어 역의 헬렌 제이 쉔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뮤지컬 < Maybe Happy Ending > 공연 장면.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과 < Maybe Happy Ending >
국내 언론에서는 < Maybe Happy Ending >의 토니상 수상과 매진 행렬에 대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쾌거로 보도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정말 ‘한국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 Maybe Happy Ending >은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대학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버전 모두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공동 창작자로 참여했고, 이야기의 배경 역시 한국이지만, 무대에 구현된 형식과 정서는 다소 다르다.
< Maybe Happy Ending >은 영어 대사와 가사가 주는 정서적 뉘앙스부터 시작해 등장인물 구성, 음악 스타일, 연출, 무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재구성되었다. 특히 재즈의 비중이 크게 늘었고, 올리버의 주인인 제임스와 재즈 가수 길 브렌틀리 등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커지며 서사 전반의 감정선도 새롭게 형성됐다. 과거 회상 장면에 적극적으로 활용된 영상 장치 역시 한국 버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작가와 작곡가를 제외한 모든 창작진이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연출 및 디자인 팀으로 새롭게 꾸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측면에서 새롭게 제작된 < Maybe Happy Ending >은 단순한 번역이나 현지화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독립된 뮤지컬로 재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즉, 한국에서 시작된 원작을 기반으로 한 라이선스 프로덕션, 레플리카나 논-레플리카 프로덕션과는 개념적으로 구분된다.
통상적으로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이 한국에서 공연될 때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원작의 대본과 악보를 중심으로 번역과 연출이 철저히 통제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리지널의 의미와 무대 언어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논-레플리카 프로덕션 역시 번역의 재량이 조금 더 주어질 뿐, 원작자의 승인 아래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 Maybe Happy Ending >은 작품 개발 구조부터 달랐다. 영어와 한국어 양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작가, 작곡가가 두가지 언어 버전을 동시에 개발했기 때문에, 두 버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이란성 쌍둥이’에 가깝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 먼저 대학로 무대에 오른 한국 버전이 ‘오리지널’로 여겨지는 상황이 됐으나, 실질적으로는 영어 버전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독립적인 방향으로 다듬어져 왔다. 특히 영어 버전은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에게 발탁된 이후 수년간 브로드웨이 체계에 맞춰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 Maybe Happy Ending >은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사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은 한국 창작자가 중심이 되어 브로드웨이 산업 생태계와 긴밀히 협업하며 완성한, 매우 드문 사례다. 즉, 기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수출 모델이나 작품의 라이선스 전략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별개의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공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창작자도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음악, 그리고 협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 Maybe Happy Ending >은 정답이라기보다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경로 중 하나의 유효한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우리가 지금 손에 쥔 것은 어떤 ‘정답’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출발선이자 또 다른 글로벌 뮤지컬을 향한 실마리일지도 모른다. < Maybe Happy Ending >이라는 이례적이면서도 중요한 성공 사례를 참고 삼아, 이제는 한국 뮤지컬 업계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전략과 언어를 만들어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