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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칼럼] 2025년 뮤지컬 총결산①

글 |최승연(뮤지컬 평론가) 사진 |. 2025-11-27 481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가 매월 주목할 만한 뮤지컬계 이슈를 심도 있게 들여다봅니다.


2025년은 한국 뮤지컬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한 해였다. 2024년부터 두드러졌던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화 현상은 2025년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 어워즈 6개 부문 수상으로 더욱 심화되어 본격적인 K-뮤지컬 시대를 열었다. 뮤지컬은 ‘한류’ 현상 이후 다층적으로 전개되던 국내 K-컬처 담론장에서 비교적 소외되었던 분야였으나 올해 6월을 기점으로 K-컬처의 한 영역으로 명확한 입지를 확보함으로써 국내외의 관심을 폭넓게 받기 시작했다.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025년 11월 말 약 4,200억 원의 총 티켓판매액을 기록한 한국 뮤지컬은 12월 연말 특수에 맞물린 대극장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데스노트>, <에비타>, <렌트>, <물랑루즈!>, <비틀쥬스>, <킹키부츠>의 흥행 성적에 따라 2024년 4,652억 원을 넘어 5,000억 원에 근접하는 판매액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K-뮤지컬의 시대

2025년의 핵심어인 ‘K-뮤지컬’은 한국 뮤지컬을 글로벌한 지형도 안에서 상상하고 유통하는 흐름 위에 있었다. 오디컴퍼니의 < The Great Gatsby >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 공연에 이어 2025년 8월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함으로써 ‘미영한 3개국 동시 공연’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2025년 10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한 NHN링크의 <어쩌면 해피엔딩>은, 개막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는 브로드웨이의 < Maybe Happy Ending >과 함께 흥행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나아가 2026년에는 한국 배우들이 오리지널 한국 버전으로 공연하는 일본, 대만 공연도 추진되고 있다. 이렇듯 로컬과 글로벌 시장의 연동된 흐름은 점차 일회적이고 무조건적인 해외 진출보다 콘텐츠 자체와 유통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밀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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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영국 쇼케이스 현장. 사진=PL엔터테인먼트

 

가령,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뮤지컬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과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영국 쇼케이스 공연은 원본성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도되었다. 각각 ‘스웨그에이지 인 콘서트(Swag Age in Concert)’, ‘여신님이 보고 계셔(The Goddess Is Watching) 인더스트리 쇼케이스’라는 콘셉트로 공연의 지향점을 구체화하여 작품의 원본성이 공연의 콘셉트와 유통 방식을 견인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 배우들이 직접 한국어로 공연했던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프로덕션은 올해 기준으로 2년(2027년) 이내에 런던 공연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는 올해 쇼케이스 공연은 런던 공연의 ‘예고편’으로서, 런던 유수의 극장에서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공연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역시 아시안으로만 구성된 캐스트가 오리지널 대본의 영역 본으로 공연을 완료하며 현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영국 내 아시안 대표성을 지닌 공연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영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 오리지널 공연의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며, 따라서 실제 제작 시 공연의 원본성과 보편적 가치 사이에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두 프로덕션 모두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닌 실제 영국 현장의 문화와 생리를 익히는 ‘과정 중심’ 프로젝트로 발전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공연 장면. 사진=서울시뮤지컬단

 

한국 뮤지컬 역사의 심화

이와 같은 양상을 통해 K-뮤지컬은 새롭게 구성되고 변화하는 개념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한국 뮤지컬의 역사가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특히 올해 한국 뮤지컬의 대표 레퍼토리로서 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던 일련의 작품들은 한국 뮤지컬의 역사가 심화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2024년 12월부터 이어졌던 <지킬 앤 하이드> 20주년 공연을 필두로, 30주년이 된 <명성황후>와 <사랑은 비를 타고>, 25주년을 맞은 <베르테르>, 또한 20주년을 맞아 성공적인 기념 콘서트를 마친 <빨래>, 10주년 시즌에 돌입하며 극장의 규모를 넓힌 <어쩌면 해피엔딩>과 <팬레터>는 여전히 굳건한 입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1996년에 초연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과거에 비해 앙상블 배우 6명이 더 투입된 풍성한 무대로 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줄리안 마쉬를 한국 공연 최초로 크로스 젠더 캐스팅(박칼린)으로 표현하여 브로드웨이 원작이 지닌 보수적인 젠더 감수성을 중화시켰다. 공연 한 편의 역사에서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하듯, 2025년 5월에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의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한국 뮤지컬의 축적된 역사를 상징하는 작품이었다. 한국에서 뮤지컬이 시작되던 1960년대의 역사를 소재로 자기 반영적이고 메타적인 공연으로 탄생되어 주목을 받았다. 공연 외적으로는 한국뮤지컬학회가 창립되어 한국의 ‘뮤지컬학’ 성립에 한발 다가서게 되었으며, 2026년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 뮤지컬 부문이 신설되었다는 뉴스는 뮤지컬의 폭넓은 대중적 확산성을 기대하게 했다.

 

지금/여기의 화두, 수행성과 지역극장

2019년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가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서 조기 종영한 뒤 한동안 이머시브 양식은 시도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머시브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 한국 초연(2021)과 재연(2024)을 완료하고 <룰렛>이 오픈 워크숍(2022)과 초연(2023), 재연(2024)을 이어오는 동안 ‘수행성’은 연극을 넘어 뮤지컬의 관객을 연극적 사건의 행위자로 변환시키는 공연 미학으로 발전되었다. 올해 충무로의 대한극장을 개조한 전용 공연장 ‘매키탄 호텔(The McKithan Hotel)’에서 공연된 <슬립노모어>는 이머시브 양식의 규모와 미학, 그리고 상업적 성취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공연이었다. 관객이 극장 건물 전체에서 걷고 뛰며 관람 위치와 관점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디자인된 <슬립노모어>는 오로지 관객 자신이 구성한 ‘개별적인 공연’으로만 존재하는 몰입형 공연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12월 초에 개막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의 공연 미학도 관객의 ‘수행성’에 토대를 둔다. 무대 위의 리처드 파커가 퍼펫이 아닌 실제 호랑이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공연에 개입되는 관객의 상상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제작사 에스앤코가 <라이프 오브 파이>를 기존의 장르에 포섭하지 않고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는 새로운 장르로 호명하는 이유다. 

 

이머시브 뮤지컬 <극장의 도로시> 공연 장면. 사진=강동문화재단, MJ Planet

 

또한 강동문화재단에서 MJ Planet과 함께 개발한 <극장의 도로시>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하여 강동아트센터 안팎을 체험하는 가족 대상 이머시브 뮤지컬로 시도되었다. 극장 스태프들을 마법사로, 도로시를 이머시브 공연의 가이드로 설정하여 관객이 극장이라는 ‘마법의 공간’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공연이었다. 한편, 올해 롯데컬처웍스에서 런칭한 <샤롯데 더 플레이>는 관객의 수행성에 주목한 또 다른 모델을 보여주었다. <샤롯데 더 플레이>의 하드웨어로 리사이클링된 영화관 안에서, 관객이 스크린과 무대를 연결하는 배우들과 함께 난공불락의 극적 상황을 해결하는 테마파크형 공연으로 탄생됐다. 롯데컬처웍스 윤세인 라이브사업팀장은 <샤롯데 더 플레이>를 ‘시리즈’로 개발하여 관객 수행성을 핵심에 둔 독자적인 브랜드로 성장·발전시킨 후 해외 IP 사업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관객에게 특히 소구력이 높은 만큼, 극적 상황으로 들어가는 ‘몰입감’을 즐기는 새로운 관객층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관객의 수행성은 이머시브 공연 외에 록뮤지컬에서도 극대화되고 있다. 이는 2025년 중소극장의 중요한 특징이자 한국적 현상으로 정리된다. 2025년 라인업에 포함된 록뮤지컬들, 초연작 <보이스 오브 햄릿>, <마하고니>, <쉐도우>와 <백작>(재연), <트레드밀>(삼연), <후크>(재연), <트레이스 유>(칠연)는 한국의 록뮤지컬이 영미 뮤지컬을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2~3인극 중소극장 뮤지컬의 ‘자생적인’ 하위 양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 비트로 가득한 밴드 음악에 공연 MD 응원봉을 흔들며 정서적 공동체를 이루는 극장의 풍경은 2025년의 중요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1) 관객이 공연의 특정 넘버와 대사를 외워서 모두가 함께 부르고 배우와 함께 말하는 ‘확장된 커튼콜’은 공연 방식에 따라 소위 시체 관극을 넘어선 새로운 관극 방식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뮤지컬 <단종, 1698> 공연 장면. 사진=영월에이치제이

 

2025년의 또 다른 중요한 현상은 ‘지역공연, 지역극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공연된 뮤지컬 <단종, 1698>과 <성웅>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설립된 지역 공연예술단체의 결과물로 탄생되었다. 먼저 10월에 공연된 이머시브 실경 뮤지컬 <단종, 1698>은 HJ컬쳐가 영월군 북면에 신규법인 ‘영월에이치제이’를 설립하고 영월군, 영월문화관광재단과 협력하여 제작한 공연이었다. 단종의 능인 장릉 묘역을 공연장으로 활용하여 장소특정적 공연의 요소를 내포하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11월에 공연된 뮤지컬 <성웅> 역시 ‘충무공 이순신의 고향, 아산’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활용하여 ‘충’의 화신과도 같았던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를 시적이고 감각적인 무대 위에 펼쳐 보였다. 아산 소재 순천향대학교를 거점으로 2024년에 설립된 ‘아산충무예술단’이 아산시와 협력하고 아산문화재단의 자문을 받아 경찰인재개발원 안병하홀에서 완료한 대극장 역사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성웅> 공연 장면. 사진=아산충무예술단

 

한편, 올해 확대 개편된 ‘2026년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사업’은 ‘지역문예회관’이 단순 대관 공간에서 탈피하여 자생적인 창·제작 능력을 갖춘 거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코카카)가 주관하는 이 사업을 통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 90개 내외 문예회관에 100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이 확대 투입되는 만큼, 향후 지역극장을 거점으로 다양하게 특화될 뮤지컬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든다.

 


1) 해당 부분은 필자가 쓴 칼럼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최승연, 「[칼럼] 한국 록뮤지컬의 발전과 전개」, 『더뮤지컬』 202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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