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여전히 무대 위에, 무대 곁에 존재하는 걸까?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 더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생각과 신념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담. 네 번째 인터뷰이는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의 김한솔 작가&강소연 작곡가입니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의 숨겨진 영웅 마이클 콜린스의 삶을 다룬 1인극이다.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과 함께 아폴로 11호에 올랐지만, 사령선 조종을 위해 홀로 달 궤도에 남아 달의 뒤편을 바라보았던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를 통해 어둠 속에서도 빛났던 그의 꿈과 사랑을 조명한다. 김한솔 작가와 강소연 작곡가가 2019년 의기투합해 협업을 시작했고, 2022 창작산실 대본 공모 선정, 2023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최종 우승작 선정 후 2024년 쇼케이스 공연을 올리며 차근차근 작품을 발전시켜 왔다. 약 6년 간의 개발을 거쳐 지난 11월 정식 공연의 막을 올린 <비하인드 더 문>은 따뜻하고 잔잔한 매력으로 호평받으며 순항 중이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작품을 드디어 세상에 선보이게 된 두 창작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 개발 과정을 거쳐 첫선을 보였습니다. <비하인드 더 문>은 어떻게 시작된 작품인가요.
김한솔 저희는 2017년 창의인재 동반 사업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때 같이 작업을 한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 저희 둘이 좋아하는 작품의 결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 꼭 한번 같이 작업하자'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나눴고요. 그 후에는 각자의 작품을 준비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 제가 마이클 콜린스라는 인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 인물로 뮤지컬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소연이가 떠올랐어요. 소연이가 이 작품의 음악을 써주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죠.
강소연 제안을 받았을 때 되게 기뻤어요. 사실 엄청 기다렸거든요. (웃음) <너를 위한 글자> 리딩 공연을 처음 봤을 때부터 언니의 작품이 정말 따뜻하다는 걸 느껴서 언니랑 언젠가는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비하인드 더 문>을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와서 정말 행복했어요.
공연 개막 직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마이클 콜린스 역의 유준상 배우가 이 작품을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자부심을 드러낸 게 기억에 남아요. 오랜 시간 작품을 키워온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번 정식 공연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올 듯합니다.
김한솔 저의 대본과 소연이의 악보에만 있던 마이클 콜린스를 실제로 만난 느낌이었어요. 리딩 공연, 쇼케이스 공연이 있긴 했지만 저는 둘 다 현장에서 못 봤던 터라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더 설렜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펜팔을 하던 친구와 처음으로 만나는 느낌이었달까요.
강소연 한 번에 본 공연이 올라간 게 아니라 리딩 공연도 하고, 쇼케이스 공연도 하고, 이런저런 과정을 오랜 시간 거쳐온 작품이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라 그런지 이번에 본 공연을 준비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들더라고요.
김한솔 저는 작년에 투병 생활을 꽤 길게 했어요. 병원의 아침은 늘 일찍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평일 아침에 방송되는 '인간극장'이나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봤어요. (웃음) 하루는 '아침마당'에 유준상 배우님이 나오시더라고요. 뮤지컬 <스윙 데이즈> 홍보 차 출연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그 방송을 보면서 '와 저렇게 배우가 TV에 나와서 작품을 홍보해 준다니! (웃음) 나중에 내 작품도 저렇게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 좋겠다' 정도로 어렴풋하게 생각했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비하인드 더 문>에 유준상 배우님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거예요!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첫 상견례 날부터 대본, 악보를 한 번도 안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리딩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서 왠지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까지 저희 작품을 아껴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더라고요.
강소연 이번에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저희 작품을 소개해 주시고, 넘버도 불러주셨거든요.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내 노래가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다니. (웃음) 제가 이 작품의 음악을 쓴 지 몰랐던 주변 사람들도 <비하인드 더 문>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꼭 보러 가겠다고 말해주는 걸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정말 감사하고 뿌듯했어요.

<비하인드 더 문>은 5인극으로 기획되었으나, 수정 과정에서 1인극으로 재탄생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의 변화가 있었겠죠?
김한솔 처음에 5인극으로 썼을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어요. 마이클, 닐, 1인 2역으로 등장하는 버즈와 에드, 마이클의 아내 패트리샤, 그리고 에드의 아내 패트리샤. 이렇게 다섯 명이 등장하는 작품이었죠. 마이클의 아내와 에드의 아내, 두 사람의 이름이 실제로도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두 사람처럼 매일 밤 뜨는 달이 원망스러울, 지구에 남겨진 사람,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싶어서 처음에는 이렇게 구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써 내려가다 보니 마이클 콜린스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현실에서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인물인데, 이 작품마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파격적이게(웃음) 마이클 콜린스가 혼자 등장해서 회상 속 인물들을 번갈아 가며 연기하는 1인극으로 바꿨죠.
5인극에서 1인극으로 바꾸는 시도는 작곡가님에게도 파격적인 일이었겠죠. 음악을 전부 새로 써야 한다는 의미와 같으니까요. (웃음)
강소연 그동안 써두었던 음악들이 다 날아갔죠. 달의 뒤편으로요. (웃음) 지금 남아있는 곡들은 처음에 써두었던 곡의 20%도 안 될 거예요. 처음에는 5명이 함께 부르는 넘버도 있었고, 패트리샤의 듀엣곡도 있었으니까요. 아마 마이클의 솔로 넘버 말고는 대부분 새로 쓴 것 같아요. 아, 극 중 패트리샤가 영상으로 등장해 부르는 넘버인 '그대는 그저 달이 예쁘단 말만'이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썼던 넘버였어요. 한솔 작가님이 써주신 가사가 너무 예뻐서, 그 힘을 받아 금방 써 내려갔던 기억이 나요.
달을 배경으로 하고,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인물로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특징을 지닌 이 작품의 음악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인가요.
강소연 처음에는 달이라는 특수한 공간 배경 때문에 음악을 쓸 때도 제한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이건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접근을 하니 수월하게 풀리더라고요. 우선, 말씀하신 것처럼 마이클 콜린스 역의 배우가 혼자서 모든 노래를 하니까, 최대한 캐릭터 별로 각기 다른 특색을 주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5인극으로 준비했을 당시 써두었던 각 인물의 넘버를 녹여내면서 새로운 곡을 썼고요. 리딩과 쇼케이스를 거치면서 배우분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한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1인극이다 보니 모든 넘버가 강하게만 흘러가면 듣는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중요한 순간에는 임팩트 있는 넘버가 등장하지만, 최대한 음악이 드라마와 어우러지게끔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상상력을 더해 각색한 작품입니다. 실제 사건과 무대화를 위한 각색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김한솔 저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쓸 때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공부를 다 해요. 그분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선택하고, 어느 정도 각색을 하되 실존 인물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의 각색은 절대 하지 않고요. 다만 <비하인드 더 문>에서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은, 마이클 콜린스의 마음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달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넘어서, 그가 달의 뒤편으로 떠나는 것을 마음먹기까지 여러 레이어가 겹쳐 보이기를 바랐죠. 그래서 에드와의 우정에 힘을 실었어요. 마이클이 실제로 에드와 같은 시기에 활동한 건 맞지만 극 중에서만큼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해요. 극 중에서는 마이클이 달의 뒤편으로 가는 동력 중 하나가 에드와의 약속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두 사람의 서사를 추가했어요. 아마 그 지점이 이번 작품 속 가장 큰 각색의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어요.
<비하인드 더 문>은 마이클 콜린스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가족애, 인류애의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라흐 헤스트>나 <여기, 피화당> 등 작가님의 전작 대부분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죠.
김한솔 <비하인드 더 문>은 달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제가 키워드로 잡은 건 지구였어요. 달의 뒤편으로 날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로 돌아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마이클 콜린스가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무중력의 공간에서 그에게 중력처럼 작용한 힘은 무엇일까? 그건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
제가 늘 사랑에 대해 쓰는 건, 제가 공연을 보면서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공연장에 들어가서 무대 위 조명이 켜지는 순간이 제게는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에요. 뉴욕에서 뮤지컬을 공부하던 시절, 힘들 때면 늘 공연장으로 갔어요. 아무리 힘든 날에도 뮤지컬을 보고 나면 다음 날을 살아갈 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도 뮤지컬이 늘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희망을 주고, 위로를 주고, 즐거움을 주는. 그런 마음이 있어서 제가 쓰는 글들도 다 사랑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현실이 너무 힘들잖아요. 관객분들이 극장에서까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판타지 세계라고 할지라도 공연을 보는 동안만큼은 따뜻했으면 좋겠고,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이 힘든 세상을 더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하인드 더 문>과 함께 <로빈>과 <캐빈>까지, 작곡가님의 세 작품이 최근 동시에 관객을 만나고 있어요. 작곡가님이 자신의 음악에 공통적으로 담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요.
강소연 음… 돋보이지 않는 것? 역설적이지만 뮤지컬 음악을 작업할 때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이 아니라 내 음악만 돋보이게 만드는 작업은 지양하려고 해요. 최대한 작가님이 써준 가사에 충실하고, 대본상 드라마에 벗어나지 않는 음악을 쓰고자 해요. 단순히 넘버가 좋다는 이야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좋다, 대본에 음악이 잘 스며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기분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컬 작업을 할 때, 어떻게 해야 작품과 잘 어우러지는 곡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꽤 오래가지는 편이에요.
달을 향해 날아가는 힘든 여정을 함께했지만 닐, 버즈와 달리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마이클 콜린스의 모습은 관객의 앞에 서기보다는 무대 뒤편을 묵묵히 지키는 창작진의 모습으로도 읽힙니다. <비하인드 더 문>에서 특히 공감하고, 위로받은 지점이 있나요.
김한솔 사실 마이클 콜린스가 굉장히 큰 임무를 수행한 거잖아요. 그가 없었다면 닐과 버즈도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큰 임무를 맡고도 주목받지 못했으니 내심 억울한 마음도 있었겠죠? 하지만 마이클 콜린스는 그 억울함에 매몰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 마지막까지 우주를 사랑했던 사람으로 살았어요. 요즘의 저도 비슷한 마음이에요. 예전에는 우리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 닿는 모습을 보면 억울할 때가 있었어요. 관객분들 앞에서 이건 이래서 이렇게 됐고, 저건 저래서 저렇게 됐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었죠. (웃음) 그런데 이제는 제 의도나 노력이 어땠든 작품으로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그건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어요. 관객분들은 작품을 보고 평가할 뿐, 제 노력이 어땠는지까지 알아봐 주실 의무는 없으니까요. 물론 많은 분을 설득할 수 있는 작품을 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비록 설득하지 못했을지언정 너무 절망하지 말고 다음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자, 그 과정에서 우리의 노력을 서로가 알아봐 주고, 다른 한 명이라도 더 알아봐 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작업하고 있어요. 전 그냥 누군가 제 공연을 보고 '그 뮤지컬 봤을 때 되게 행복했지'라고 생각해 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비하인드 더 문>은 작가님이 1년이 넘는 혈액암 투병 생활을 마친 후 다시 무대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김한솔 작년 1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라흐 헤스트>로 여러 상을 받고, 이제 진짜 날개를 달고 날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올리는 게 늘 꿈이었는데, 그때 마침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작품을 준비 중이기도 했고요. 이제 작가로서 더 바랄 게 없다는 마음이었는데, 갑자기 쓰러져서 그날부터 투병 생활이 시작됐어요. 전조 증상도 없었던 터라 처음에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얼마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문득 내가 이 상황에서 바꿀 수 있는 게 내 마음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리는 비를 피할 수는 없으니, 이왕 비를 맞을 거면 울면서 맞느니 춤추면서 맞자고 생각했죠. 그 후로는 계속 그 마음으로 투병 생활을 했고, 그 마음가짐은 지금도 여전해요.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와도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밖에 없으니, 힘들다고 받아들이지 말자'는 마음이죠.
어느 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데 문득 마이클 콜린스 생각이 나더라고요. 까맣다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을 어둠 속에서 그분이 느꼈을 고독이 얼마나 컸을지 그제야 체감됐어요. 저는 밤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었거든요. 내 앞에 파도가 치고 있는 건지, 내일이 오긴 하는 건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어두운 바다요. 마이클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믿음으로 달의 뒤편의 고독을 견뎌냈듯이 저 역시 저를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버텼어요. 제가 그동안 작품을 통해 말해 온 것처럼 사람을 살게 하는 건 결국 사랑이구나. 이 마음이 더 강해지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이 시기에 <비하인드 더 문>을 다시 만난 게 정말 감사해요.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혼자 많은 일을 해낸 소연이에게도 고맙고요.
강소연 그래서 이번 초연만큼은 정말 정말 언니와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작년 쇼케이스 공연 때도 언니가 병원에 있어서 공연을 직접 보질 못했거든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본 공연만큼은 꼭 언니와 함께 올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이렇게 같이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감동이에요. 다 함께 모인 첫 상견례 날에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감격스러워했죠.
김한솔 작년에는 작가 없이 작곡가 혼자 쇼케이스 공연을 준비하는 게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소연이뿐만 아니라 김지호 연출님도, 제작사 관계자분들도 공연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차마 입원해 있는 저에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는 걸 저 스스로도 알아서 정말 많이 미안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꼭 건강하게 돌아가서 <비하인드 더 문> 본 공연을 올려야지' 다짐했던 기억이 나요. 이번 초연을 올리기까지 그 긴 시간 동안 혼자 작품을 지켜준 소연이에게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워요.
강소연 공연을 준비하면서 언니가 늘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잘 해내고 싶었어요. 연출님도, 배우들도 다들 언니가 없으니, 언니를 위해서라도 우리끼리 더 잘 해내 보자는 마음으로 으쌰으쌰 했었죠.

창작 작업을 하며 어둠 속에서 달의 궤도를 빙빙 도는 것처럼 막막한 순간을 마주할 때가 많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신만의 달을 좇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한솔 다른 매체와 달리 공연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빈 극장에서도 '이제부터 이 공간은 우주예요'라고 약속하면 모두가 그렇게 믿잖아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약속을 믿는다는 게 제게는 마법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판타지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무대가 유일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계속 공연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이 판타지 속에서 계속해서 행복하고 싶고, 저뿐만 아니라 관객분들도 이 안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서요.
강소연 저는 대학생 때까지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는데, 클래식 작곡은 혼자서 고군분투해야 한다면 뮤지컬 작업은 다 함께 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그 후 '딱 10년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가서 뮤지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이제 딱 10년인데,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참여한 세 작품이 동시에 공연되고 있잖아요. 저는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작업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큰 성공을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모두가 다 함께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선보일 때 느끼는 벅참과 뿌듯함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