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24의 토크 프로그램 ‘페이지&스테이지’가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페이지&스테이지’는 책을 공연∙음악∙영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연결하는 복합 문화 프로젝트입니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작품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는데요, 지난 2월에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주제로 ‘공연으로 탄생한 고전 소설’에 대해 이야기했고, 5월에는 영화 <마이클> LP 청음회를 통해 ‘음악이 책과 영화로 이어진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지&스테이지’가 세 번째로 선보인 작품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입니다. <디어 에반 핸슨>은 불안과 고립 속에서 타인과의 연결을 갈망하는 한 소년, 에반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와 성장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인데요,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15개 시상식의 26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지난 2024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이상)과 프로듀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국내에 선보인 제작사 에스앤코의 신동원 프로듀서,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디어 에반 핸슨>과 함께하는 배우 박강현, 김선영, 강지혜가 무대에 올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페이지&스테이지’의 세 번째 페이지를 풍성하게 채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넘버 시연을 선보여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는데요, 에반 핸슨 역의 박강현, 조이 머피 역의 강지혜가 ‘Only Us’로 행사의 포문을 열어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고, 하이디 핸슨 역의 김선영은 아들인 에반을 향한 애정을 담아 부르는 넘버인 ‘So Big, So Small’을 불러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책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연결하는 ‘페이지&스테이지’가 세 번째 작품으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뮤지컬이 소설이 되는, 독특한 탈바꿈 과정을 거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의 진행과 도서 해설을 맡은 시인 겸 작가 오은은 “그간의 흥행 공식과 달리 먼저 공연을 한 후 소설이 출간된 것이 인상적”이라며 “원작을 재해석해서 무대에 올리는 보통의 방식이 아니라 뮤지컬이 흥행을 한 후 뮤지컬의 뒷이야기들을 담아서 소설화한 역발상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뮤지컬은 감정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장르라면, 소설은 감정을 분석하는 장르예요. 소설은 에반이 왜 거짓말을 멈추지 못했는지 등 구체적인 서술을 통해 에반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죠. 이뿐만 아니라 소설에는 코너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장면들도 있어요. 이를 통해 코너의 내밀한 고민도 알 수 있게 되죠. ‘입체성’을 획득하는 장르가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은 시인)
이번 행사는 정식 티켓 오픈 전, 사전 댓글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 중 550명을 추첨해 선예매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댓글 이벤트의 주제는 <디어 에반 핸슨> 혹은 행사 출연진에게 궁금한 점을 댓글로 질문하는 것이었는데요. 약 2주간의 응모 기간 동안 1,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기가 뜨거웠답니다. 그중 흥미로운 댓글을 엄선해 행사 당일 출연진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날 자리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신동원 프로듀서
Q. 2024년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디어 에반 핸슨>을 선보이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디어 에반 핸슨>을 처음 한국에 소개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우리 관객분들이 에반을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작품 내에서 에반이 하는 선택들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초연 때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신 후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 주시고,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이번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더 많은 분과 <디어 에반 핸슨>의 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소설과 뮤지컬이 상호보완적 성격을 지닌 존재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각각 독립적인 또 다른 작품이라고 보시나요? 또, 관객이 <디어 에반 핸슨>이라는 콘텐츠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소설과 뮤지컬, 각자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만 보신 분이라면 공연장에 오셔서 입체적인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개 장르를 경험함으로써 느껴지는 특별한 감동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디어 에반 핸슨>이라는 콘텐츠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에반이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내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이렇게 진짜 나 자신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던 순간들이 모두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반은 결국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내서 비로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를 통해 관객분들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강현
Q. 에반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초연 때는 작품을 처음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보니 연습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번 재연 연습을 하면서 제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깊이’예요. 에반이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깊게 파고들고 있어요. 책을 보면 에반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소극적이고 남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는 인물이에요. 그와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가 큰 아이고요. 그래서 이 친구의 표현, 상태에 집중해서 깊이감 있게 만들어 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관객이 에반을 이해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프로듀서님 말씀처럼 저도 우리 모두 마음속에 에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에반의 수치가 가장 높은 게 10이라고 하면, 저는 ‘9 에반’ 정도 됐었던 것 같아요. (웃음) 여러분들 중에도 ‘2 에반’이 있을 수도, ‘4 에반’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러니 누구나 에반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거짓말을 한 건 잘못이지만, 그 거짓말은 사실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타인을 위한 거잖아요. 타인을 위해 마음 쓰는 것은 그렇게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관객분들도 그렇기 때문에 에반을 이해해 주시는 것 아닐까요.”

김선영
Q. ‘So Big, So Small’ 넘버에서, 하이디가 에반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진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So Big, So Small’ 장면은, 하이디가 처음으로 에반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이야기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네가 느꼈을 두려움을 엄마도 똑같이 느꼈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하이디는 그 두려운 마음 때문에 너무나 앞서갔던 것 같아요. 아들에게 그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고 계속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 하면서 압박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 노래 마지막에 하이디로서 ‘엄마는 계속해서 두려움을 느끼면서 살 테지만,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네 옆에 있을게.’라는 마음이 들어요.”
Q. 관객이 <디어 에반 핸슨> 관람 후 공연장을 나서면서 어떤 생각을 품길 바라나요.
“관객분들에게 무언가를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서 공연을 했던 시기가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관객분들이 무대 위 배우들을 응원하고,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주면서 우리가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무대 위에서 제가 좀 더 편안해지고,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역시 공연은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무대 위와 무대 뒤, 그리고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디어 에반 핸슨>도 참 기대가 됩니다.”

강지혜
Q. 조이가 에반을 원망하기보다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향해 단단히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자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이는 처음에는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원망의 마음에만 얽매여 있으면 나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잖아요. 조이도 외로움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이거든요. 에반의 말들이 거짓말이긴 하지만, 사실 그 말들이 그가 원하는 이야기였을 거라는 점에서 에반의 외로움에 공감했을 거 같아요. 저 역시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사람이 걸어갈 수 있게 마음을 열어주는 과정을 통해 나아갈 힘을 얻는 편이라, 조이도 그때 비로소 에반을 이해하고, 코너를 애도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제 삶에서,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은 가족 혹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납받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부족한 부분도 많고 못난 부분도 많은데, 그런 저를 있는 그대로 용납해 주는 사랑. 그런 사랑을 받을 때 제 안에 단단한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무대에 오르기 전, 스스로에게 하는 격려의 말이 있나요?
“저는 저 자신에게 집중하면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서, 작품과 우리 모두가 준비한 하나의 말이 관객분들의 마음에 잘 실려 갔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관객분들이 걱정을 탁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그러면 제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더라고요.”
<디어 에반 핸슨>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로 채워진 ‘페이지&스테이지’ 세 번째 페이지. “7월의 어느 여름날” 함께한 이번 행사가 관객분들에게 “눈부신 빛”처럼 “영원토록”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p.s.
매일 아침 자기 자신을 향한 편지를 쓰는 에반처럼, 관객분들께도 <디어 에반 핸슨> 속 캐릭터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관객분들은 어떤 편지를 남기고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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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2026. 08. 01~2026. 11. 01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디어 에번 핸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