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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상처 사이로 들어오는 빛"…사랑이 스며든 비극 <유리동물원>

글 |이솔희 사진 |예술의전당 2026-09-14 120

신유청 연출가가 진두지휘하는 연극 <유리동물원>이 김성령, 최정원, 장승조 등 탄탄한 출연진의 손을 잡고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유리동물원>은 20세기 미국 현대 연극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이다.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낯선 손님을 집에 초대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개인, 현실과 이상, 사랑과 상처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 작품이다.

 

예술의전당의 연극 브랜드 '토월정통연극' 시리즈로 공연되는 이번 작품에는 신유청 연출가가 함께한다. 신유청 연출가는 "<유리동물원>의 작품 소개에서 시적 상징을 지닌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었다. 한 집안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걸 표현하는 상징들을 배우들과 의견을 나누며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작품을 선보이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상처 속, 깨진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그 사이로 사랑이라는 싹이 피어오르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남편이 떠난 뒤 홀로 두 자녀를 지키며 자녀들에게 자신의 환상을 투영하는 아만다 역은 김성령, 최정원이 맡는다. 김성령은 "무대에 설 때 가장 두렵고 불안하다. 하지만 그 두려움과 불안을 깨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무대"라며 "공연을 해도 그 불안감이 해소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무대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무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최정원은 "뮤지컬 배우이자 연극 배우라는 제 수식어가 너무 좋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발산하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연극은 내적인 부분, 드라마적인 고민들을 채워준다. 연극을 하면서 두려움도 느끼고, 힘들기도 하지만 연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이 무대에서 발휘될 때 마주하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고 변함없는 열정을 표현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과 자유를 향한 갈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들 톰 역에는 장승조, 권율, 김경남이 캐스팅됐다. 장승조는 "톰은 살아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유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연민이 생긴다. 저 역시 톰을 바라보며 갈 길을 정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저를 마주한다. 관객분들도 <유리동물원>의 각 인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권율은 "이 가족의 관계는 결국 사랑이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크지만 수많은 상처와 시간으로 덮이고, 각자가 꿈꾸는 방향이 달라지면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톰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가족이 결국 서로를 얼마만큼 사랑했고 의지했는지 관객분들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전했다.

 

김경남은 "떠나고자 하는 마음보다 머무를 수밖에 없는 마음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저에게 이 작품은 비극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비극을 비극답게 그려낸다면 관객분들이 이 공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며 유리 동물을 수집하는 딸 로라 역은 정운선, 정새별, 임세미가 맡는다. 2014년, 2015년 공연된 연극 <유리동물원>에서 로라 역을 맡아 호평받은 바 있는 정운선은 11년 만에 다시 로라를 만난다. 정운선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데 이번에 잘할 수 있을 것인지, 그때의 나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로라를 만나야겠다고 다짐한 건, 다시 대본을 보는데 다른 부분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혹은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다른 느낌으로 보여서 흥미롭고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고 작품을 다시 만난 소감을 전했다.

 

정새별은 “로라를 처음 대본으로 봤을 때는 내성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연습을 하고, 다른 분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로라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로라라는 인물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미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데, 그게 굉장히 재미있다. 관객분들과의 호흡, 무대에서 느낀 감정들도 오래 기억에 남지만, 공연을 끝내고 나면 연습하던 과정이 그렇게 많이 생각나더라. 같이 웃기도 하고, 함께 실패도 해보는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는데 지금 그 한가운데에 있다”고 연습 과정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방문객 짐 역은 문유강, 최정우, 배훈이 연기한다. 문유강은 "세상이 바뀌었지만 본능, 질투, 욕망, 사랑 등의 감정은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시대에도 고전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저 역시 <유리동물원>을 통해 저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관객분들도 극중 캐릭터를 통해 자기 자신 혹은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의 매력을 전했다.

 

배훈은 "짐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늘에 감춰진 톰의 집에 짐이라는 평범한 빛이 비쳐서 밝혀지는 일들이 있다. 나의 평범함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함처럼 보일 때도 있고, 누군가의 평범함이 나에게는 특별하게 보일 때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극 중 인물들이 알게 되는 모습이 대본에서 보였다.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고 싶다"고 캐릭터로서 중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정우는 "누구나 다 상처를, 유리동물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밝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인물인 짐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런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인물이 윙필드 가족에게 잠깐 사이에 남긴 흔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라고 공연을 앞두고 고민 중인 지점에 대해 털어놨다.

 

연극 <유리동물원>은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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