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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Favorite] 캐릭터 완성에 도움을 준 것들 [NO.97]

정리 | 편집팀 2011-10-31 3,980

캐릭터를 창조해내기 까지 배우는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듭하지 않을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또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모티프를 얻기도 할 거다. 여기 여섯 명의 배우에게 당신의 연기에 영감을 준 무엇이 있었는지 물었다.

 

 

 

 

 

 

 

 

 

 

 

 

 

 

 

문예신
짐 모리슨(록 밴드 도어스의 리드 보컬), 그가 <올 댓 재즈>의 데이비드라는 캐릭터를 잡아가는데 직접적인 모티프가 된 인물이다. 데이비드는 등장하는 신이 워낙 적다보니 짧은 순간에 임팩트를 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섹시해야 되지 않나. 또 게이 캐릭터지만 여성스러운 느낌이 아닌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섹시함이 필요했기 때문에 짐 모리슨이 떠올랐던 거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게이’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이를 테면 <렌트>의 엔젤 같은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공연 연습을 하면서 짐 모리슨의 라이브 영상이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그의 걸음걸이, 표정, 목소리 톤을 연구했던 기억이 난다. 짐 모리슨을 보면 표정이나 걸음걸이에서 약에 취한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런 분위기를 많이 살렸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유난히 제스처가 많았던 것, 솔로 안무신에 웨이브가 많이 들어갔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데이비드가 전체적으로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 지난 시즌 공연에서 긴 파마머리의 헤어스타일을 하기도 했다. 연출가인 서병구 선생님 말고는 그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이다.(웃음)

 

 

 

 

 

 

 

 

 

 

 

 

 

 

 

정문성
<빨래>에 들어가기 전, 몽골 이주 노동자를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책도 읽고, 외국인 노동자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여러 가지 준비를 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공연 중에 보게 된 TV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1박 2일> 외국인 근로자 편. 방송을 보면서 그 분들의 말이나 표정이 많은 도움이 됐는데 무엇보다 가족들을 만나게 됐을 때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방송된 거라 제작사 측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족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가족과의 시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물론 깜짝 선물로. 정말 기쁘지만 그저 기쁘지만은 않은(지금 이렇게 만나서 행복하지만 잠시 후면 또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니까), 기쁨과 슬픔이 섞여 있는 흔들리는 눈빛이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배우로서는 부끄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음 날 공연을 하다가 갑자기 그분 중 한 분의 눈이 떠올라서 노래를 제대로 못 불렀을 정도로 말이다. 눈에 여러 감정을 감고 연기해야겠다, 그날 그 방송을 보고 다짐하게 된 생각이다. 

 

 

 

 

 

 

 

 

 

 

 

 

 

 

 

방진의
<컴퍼니>에서 에이미 역할 맡았을 때, 영화 <런어웨이 브라이드>를 봤어요.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영화의 주인공도 에이미처럼 결혼식장에서 도망가는 신부 역할이었거든요. 이전에 어렴풋이 알고 있긴 했는데, 에이미로 <컴퍼니>에 참여하면서 이 영화가 딱 생각나더라고요. 영화 속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도망가기 전에 식장에 서 있는 신랑을 보는 표정이랄까, 어떻게든 그 순간을 모면해야겠다는 그녀의 심리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그리고 에이미가 약간 과대망상이 있는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정신과 의사인 친구에게 과대망상 환자가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도 많이 들었어요. 약간 불안해한다든가, 눈동자를 깜빡일 때 속도가 어떻다든가 뭐 그런 거요. 상상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의사에게 확인하니까 좀 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에 <셜록홈즈>에서 왓슨이 총을 쏘는 장면이 있어서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를 섭렵하면서 총 쏘는 폼을 연구했어요. 하하. 이런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일부러 찾아봤죠. 그리고 사격장에 가서 실제로 사격도 해봤어요. 명동의 사격장에 가니 일본인들도 많이 오던걸요. 사격장 직원이 제게 의경하라고 하셨어요. 어쩜 그렇게 숨도 안 쉬고 집중해서 잘 쏘냐고 칭찬하시더라고요. 취미 생활로 괜찮을 것 같아서 앞으로도 종종 찾아갈까 합니다. 집중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 푸는 데도 좋은 것 같아요.

 

 

 

 

에녹
매 작품마다 인물의 컨셉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게 영화든 책이든, 인물이 안 풀릴 때는 닥치는 대로 찾게 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2009년에 공연했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줄리엣>의 ‘머큐시오’예요.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진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두 봤지만 머큐시오가 정확하게 제 마음속에 그려지지 않았어요. 극에서 원하는 인물과 책과 영화에서 그려진 인물이 다른 느낌이랄까. 그러다 갑자기 영화 <다크 나이트>가 머릿속을 스쳐가더라고요.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 다시 보면서 혼자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사회에 대한 막무가내식의 불만, 악당들끼리의 룰도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룰만 존재하는 듯한 오만함, 원한에 사로잡힌 광기,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비웃음과 뒤틀린 유머…. 가만히 있어도 터져버릴 듯한 그의 광기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무엇보다도 조커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분노를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하는지에 주목했어요. 어우, 오랜만에 생각하다보니 다시 한번 머큐시오 역을 해보고 싶네요.

 

 

 

 

 

 

 

 

 

 

 

 

 

 

 

오소연
이런 거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요. <피맛골 연가>에서 함이 역할이 쥐였잖아요. 제가 동물 역할은 처음 해보는 터라, 게다가 그 동물이 쥐라서 굉장히 난감했어요. 평소에 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어떻게 쥐를 연기할지 걱정하면서 인터넷으로 쥐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 쥐를 해부한 모습과 쥐의 습성 이런 걸 보니 더욱 반감만 커지더라고요. 하하. 함이 역할이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인데 어떻게든 해보려고 손과 발을 쥐처럼 표현해보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더 보기 흉하더라고요. 하하. 이렇게 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선 안되겠다 싶어서 쥐를 귀엽게 그린 애니메이션을 찾아보자고 <라따뚜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거기선 쥐가 요리도 하고 사람을 도와서 영웅적인 면모도 보이는 등 굉장히 귀엽게 나오더라고요. 쥐인데도 불구하고 징그럽거나 거부감이 안 들었던 걸로 기억해요. 쥐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형상화한다든가, 그가 빠릿빠릿 귀엽게 움직이는 모습을 따라하곤 했죠. 그 작품으로 인식을 좀 바꿨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쥐가 귀엽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내가 연기하는 쥐는 귀여울 것이라고 최면을 걸었어요.

 

 

 

 

 

 

 

 

 

 

 

 

 

 

 

강하늘
전 제가 상상할 여지가 많은 일러스트나 추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대본을 보면 제가 맡게 될 인물이 주는 첫 느낌이 있잖아요. 그 느낌에 따라 추상적인 그림을 찾아요. 그렇게 찾은 그림은 파일에 넣어 그 공연이 끝날 때까지 늘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봐요. 얼마 전에 끝낸 <왕세자 실종사건>은 수묵담채화, 한국화, 붓으로 그린 동양화를 주로 찾아서 봤어요. 색감이 있는 이미지는 왠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서 컬러로 된 그림도 흑백으로 프린트해 가지고 다니면서 봤어요. 가장 많이 봤던 그림은 붓으로 그린 강아지 그림이예요. 처량하게 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강아지였는데, 사실 그게 짖고 있는 건지, 짖기 전이나 후의 모습인지 알 수는 없어요. 그렇게 한 장이 여러 가지 느낌을 주니까 그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지난해 <쓰릴 미>의 네이슨 때는 노을 진 어두운 배경에 갓 태어난 듯한 아기를 안고 말을 타고 있는 여자의 그림을 주로 봤어요. 사실 여자라곤 하지만 정말 여자인지 그냥 머리가 긴 사람인지 모호해요, 말도 해골 말이고, 아이도 죽은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 아이가 리차드 같고, 그 사람은 네이슨 같더라고요. 대학교 1학년 때 연극 <햄릿>에서 ‘햄릿’을 덜컥 맡게 되었어요. 그때 갑자기 너무 큰 역할을 맡게 돼서 스스로 한계를 느끼던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없을까 찾다가 옛날 <햄릿> 원작의 삽화를 보고 나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이후부터 생긴 습관이랍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7호 2011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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