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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많은 이들이 공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No.83]

글 |김유리 사진 |박진환 2010-09-07 5,007

많은 이들이 공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공연 담당 기자

 

공연은 다양한 각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객에게 보이는 부분은 한정적인데, 다양한 꼭지를 찾아 관객에게 소개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사람, 그 이름은 기자이다. 현재 일간지, 온라인 매체, 월간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3년차, 5년차, 8년차 공연 담당 기자 3인을 만나보았다. 

 

참여| 김일송 월간 플레이빌 편집장  김혜경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황선아 인터파크 플레이디비 기자

 

 

공연을 보고 글을 쓰는 사람
김유리(이하 유)  각 매체의 스케줄은 어떤가요?
김일송(이하 김)  월간지는 평소에 공연을 잘 보다가도 마감 때면 많이 못 보죠. 그래도 월평균 열대여섯 편은 보려고 노력해요.
황선아(이하 황)  온라인 매체는 마감을 크게는 주단위로 해요. 마감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고 커버스토리처럼 주요한 코너는 일정에 따라 조정이 되는 정도에요.
김혜경(이하 경)  일간지는 매일매일 마감이죠. 양해를 구할 것이 매체마다 선배들의 사례와 제 경우가 달라 제가 일반적인 사례라고 볼 수는 없어요. 보편적인 이야기도 나오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서 이야기하니 감안해주세요. 저희는 주중에 야근을 돌아가면서 해야 하고, 제가 공연, 출판 분야를 겸하고 기획면도 맡고 있어서, 주중이나 주말이나 시간이 되는 한 최대한 보는 편이에요. 토, 일요일에는 적어도 2편 이상을 보려고 하죠.
 어떻게 공연 담당 기자가 되셨나요?
김 전 사실 공연계에서 일하게  될지도, 기자가 될지도 몰랐어요. 당시 아르바이트 하면서 대학원에서 희곡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떤 잡지가 창간되는데 사람을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인 줄만 알고 학비를 버는 차원으로 지원하게 된 거였어요. 그런데 면접에서 기자를 구한다는 거예요. 기자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분야인데 공연도 볼 수 있고, 이런 저런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겠다 싶어 그냥 혹해서 시작했어요.(웃음)
 대학교 1학년 때 수업의 일환으로 연극을 처음 봤어요. <산 넘어 개똥아>라는 연희단거리패의 작품이었는데, 그 충격이 컸죠. 문예창작을 전공해서 2학년 때 소설과 시 중에 전공 분야를 정해야 하는데, 저는 희곡으로 정해서 희곡 수업을 다 찾아 들었어요. 1년을 그러고 나니 학부에서는 더 이상 들을 희곡 수업이 없더라고요. 3학년 겨울 방학 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광정 선생님이 계시던 극단 파크의 워크숍 공연을 보았어요. 한창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거다’란 생각이 들었죠. 마침 단원을 뽑길래 오디션을 봐서 극작 파트에 들어갔어요. 그렇게 연출부 생활 1년 하고 연영과 대학원 들어가서 수업 받으면서 공연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어요. 한 영화 기사에 글쓴이가 스스로를 ‘영화 글 쓰는 게 직업인 사람입니다.’라고 소개했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는 ‘공연 보면서 글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운 좋게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왔어요.
 스무 살 때부터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서 학교 신문기자를 했죠. 사회로 나와 기자가 되고 나서 사회부에 1년 반 정도 있었어요. 문화부는 많은 기자들이 바라는 부서라 기대도 안 했는데 운 좋게 오게 됐죠. 학창 시절에 공연을 좋아했고 특히 연극을 좋아했어요. 전공이 국문과인데 희곡 수업을 들으면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전 공연을 거의 다 보고 그랬어요. 지금은 뮤지컬과 무용을 담당하는데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땐 좀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랜덤으로 부서 발령을 받는 구조다 보니, 기사를 쓰려면 정말 몇 배는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해요. 전문 평론가 선생님들이나 제작사 대표 및 공연 관계자 분들을 만나서 계속 시야를 넓혀가려고 하고 있죠.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꿈꾸던 것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대학원 재학 때 드라마트루기 작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이 분야는 좀 더 전문적이고 텍스트 중심적인데, 기자는 솔직히 그렇진 않잖아요. 뮤지컬, 연극, 클래식, 콘서트 등을 다 다루다보니 전문성을 채우기에는 환경적으로 너무나 어렵죠. 저는 더 전문적이고 세부적이고 집중적인 글쓰기를 원했는데, 그게 잘 안 이루어져요. 공연 전문 기자이기 때문에 조금 더 공연에 집중을 하고 좀 더 다양하고 세부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어요. 일간지, 월간지는 지면이 한정되는데, 저희는 인터넷 매체이다 보니 핫한 몇 가지를 포함하여 다양한 장르를 세부적으로 다룰 수 있죠.
 전 기자에 대한 어떠한 ‘상’을 가지고 기자가 된 게 아니라서, 기자가 된 후에 기자상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매번 생각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희 매체가 전문지로 분류가 되요. 전 ‘전문지’에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깊이를 추구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지가 있고, 저희 매체 같은 경우는 다루는 분야가 공연 콘텐츠로 한정된 대중을 위한 공연 전문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죠. 저희 기사들은 깊이를 추구하기보다는 얕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소프트하게 접근하거든요. 그 안에서 내공을 쌓는 것은 자기 몫인데, 늘 마감에 맞춰 허겁지겁 책 만들기에 바쁘다 보니까 내공이 별로 쌓이지 않아요. 이게 저의 현 주소인 것 같아 고민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공연을 많이 본다는 이유로 저에게 ‘전문가이시잖아요’ 할 때 굉장히 부끄러워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지만 얕죠.
 공감해요. 일간지 내에서 문화부는 편한 부서, 문화적 기회가 많으니까 지적으로 풍성해질 수 있는 부서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런데 실제는 달랐어요. 공연 담당기자는 다른 부서와 달리 밤마다 공연을 봐야 하니까 전 매일 야근인 거예요. 그리고 토, 일요일에 최대 4편을 보니까 휴일이란 게 없어요.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서, 몸을 많이 챙기게 되었어요. 지금은 인삼차도 마시고 밥도 꼬박꼬박 먹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웃음)

 

좌부터 김혜경, 황선아, 김일송

 

전문성과 객관적인 시각을 고민하며
  깊이를 채워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우리는 깊이보다 넓이를 추구해요. 역사 등 다른 쪽으로 시선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그 부분은 외부 필진의 기고를 받고 있어요. 내부 필진이 가진 힘이라면, 얕지만 그 얕은 층이 오랫동안 퇴적이 되어서 가지는 힘이랄까요? 한 작가, 한 연출, 한 배우의 작품을 오랫동안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스타일이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내부 필진이 할 수 있는 강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공연을 많이 보는 것도 얇은 그 막을 쌓아가려는 노력이겠죠.
  연차가 오래되신 경우에는 그 자체로도 전문성이 되더라구요.
  거기에 공부도 필요하겠죠.
황  인터넷 매체는 그야말로 시간의 싸움이에요. 전문지 평론가들이 기고하시는 그런 글과는 정말 다르거든요. 인터넷은 즉각적이고 실시간이라, 독자의 피드백을 재빠르게 수용하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필요로 하는 소스를 바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 플레이디비 기자들에게 뮤지컬은 공통 분야이고, 저는 특히 연극과 클래식을 개별 분야로 담당하고 있는데, 클래식은 보도 자료도 공부하듯 밑줄 쳐 가면서 보고 있어요. 전문 기자 분께 계속 질문하기도 하고요.
경  전문지는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보잖아요. 일간지는 공연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웬만한 사람이 다 보기 때문에, 너무 전문적으로 써서도 안 돼요. 흔히 신문은 모든 분야에서 중학교 2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써야 한다고 해요. 단적인 예로 저는 국문과에서 희곡 공부를 조금 해서 익숙한 것이라 당연히 방백을 다들 아는 줄 알았어요. 근데 주위에 있는 1차 독자 중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죠. 그러면 방백을 설명해야 하는데 저희는 어렵게 하면 절대 안 돼요. 대중의 눈에 맞춰 써야 하는 것이 과제죠. 처음에 공연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는 그 분야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하니까 전 담당 선배로부터 참고가 되는 책을 받고, 전문가 분들에게도 추천을 받아 읽어요. 그리고 리뷰를 쓸 때는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함께한 사람과 이야기도 하지만 로비에 가만히 서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요. 재미있다, 재미없다. 우리가 재밌어도 우리는 수많은 작품을 봤던 사람들이잖아요. 정말 평범한 관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내가 조금 좋지 않게 봤다 하더라도 참고하는 거죠.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건 저만의 방식이에요. 평론가 선생님께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요.
  기자 스스로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객관성이 아닐까 싶어요.
경  일간지는 공연 내용뿐 아니라 공연판을 보고 그것에 대해 기획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간지는 공연 생태계 전반과 사회와의 관계 등도 다뤄야 하다보니 약간은 물러나서 객관적인 눈으로 봐야 하죠.
  리뷰를 쓸 때 힘든 게 ‘리뷰를 호의적으로 써야 한다는 관행처럼 굳은 생각’이에요. 그러니 작품이 기대에 차지 않으면 리뷰를 쓰지 않는 게 오히려 낫긴 하죠. 제작자나 연출가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한 평론가 선생님과의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긴데, ‘우리나라 기자 리뷰에 너무 온정주의가 깃들어 있다’는 거였어요. 전 문화부에 처음에 왔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나는 재미없었는데, 왜 좋게 쓸까’ 였어요. 그래서 제가 본 대로 이런, 이런 점이 문제라고 썼죠. 정말 싫었던 점은 돌려서라도 확실히 할 말은 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프리뷰나 리뷰를 써야 하니까 무료로 공연을 보지만, 일반 관객은 돈을 주고 봐야 하잖아요. 특히 뮤지컬의 경우 심하면 20만 원씩 올라가기도 하는데, 그에 대해 무조건 좋다고 쓰면 기자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요.
  그게 늘 헷갈려요. 플레이디비에 별점 매기는 게 있잖아요. 사람들이 그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들을 요구하지만, 그렇다고 연출 별 하나, 배우 연기 별 하나, 무대 별 하나, 이런 식으로 나눌 수는 없잖아요. 어느 정도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죠. 게다가 공연은 모든 관객들이 동일한 영상을 보는 영화와는 다르게, 매번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무엇이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점을 찾죠. 배우들의 연기는 그날그날 들쑥날쑥 하니까 항구적인 게 대본이나 동선 같은 것밖에 없죠. 그런데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니 배우의 연기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 도대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여전히 헷갈리고 어려워요.
경  항상 같은 질이 보장되는 영화와는 달리, 매번 다른 공연을 정량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싶어요. 아까 언급했던 평론가 선생님 같은 경우는 그래도 별점이 가장 효율적이다라고 하셨어요.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분이 하시는 얘기 중에 생각해봄직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관객들이 뭘 보고 공연을 선택하는지를 연구해보니 기사는 가장 하위에 있고, 입소문이 가장 컸다고 해요. 대중들이 우리의 글을 믿을 수 없다면,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상적인 배우에 대해 인터뷰하고, 공연 전반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는 건 다 좋은데, 궁극적으로는 볼지 말지를 알려줘야 하잖아요.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확실한 부분은 팩트로 말해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가끔 누가 어떤 작품이 좋은지를 물으면 리뷰의 수를 참고하라고 말씀 드려요. 홍보성 기사가 많다 보니까 더 이상 기사를 못 믿게 됐잖아요. 프리뷰 기사 중엔 홍보성 기사가 많더라도, 리뷰까지 홍보성으로 쓴 기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기자들도 글을 보면 자기 성향이 다 보이잖아요. 인간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되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을 하고 수위를 조정하려고 하기도 하죠.          

 

더 많은 관객이 좋은 작품을 보러 가길 꿈꾸며
  공연 기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가요?
경  내가 이 매체를 대표해서 공연 기사를 쓸 만한 인물인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전문적으로 리뷰 쓰시는 블로거랄지 저보다 더 전문가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분들의 글을 보면서 ‘이 사람이 본 걸 나는 왜 못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조금 더 쉽게, 여러 사람이 공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과제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어요.
김   일간지로 치면 데스크의 입장인데, 월초에 이달의 작품을 선택해야 할 때가 제일 어려워요. 다음 달 커버를 A 작품으로 갈 것이냐, B 작품으로 갈 것이냐, 이 선택의 문제가 가장 어려워요.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내가 보니 이런, 이런 특징이 있으니 참고해 보심이 어떨지, 이런 느낌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보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기사나 리뷰를 쓰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매체마다 타깃 독자층이 있잖아요. 플레이디비는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가 주 독자인데, 젊은 분들, 공연에 좀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이 주로 많이 보시기 때문에, 너무 어렵게 써도 안 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써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반 관객보다 딱 반 발짝만 더 보일 수 있게 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인터넷 매체다 보니까 세상의 흐름에 민감해야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나는 공연 담당이라 공연만 알아도 되는 게 아니고 영화, 드라마에서 어떤 배우가 어떤 캐릭터로 나오는지, 미술, 트렌드, 요즘은 트위터 등 시대를 풍미하는 흐름이 알게 모르게 바로바로 저희 매체에 영향을 주거든요. 독자들도 이것에 굉장히 민감하고. 그런 것들을 우리 매체에 어떻게 결합해서 새롭고 즐겁게 독자들과 발맞춰 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는 게 온라인 매체 기자로서의 고민이에요.
  기자로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였나요
  요즘 공공연히 이야기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공연 보는 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아요. 하도 많이 보다 보니 비슷비슷한 내용의 작품도 많고, 다음에 전개될 내용이 쉽게 예측되는 경우도 많아서요. 그러다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을 만날 때는 뿌듯해요. 그리고 그 공연을 독자와 관객에게 알려줄 때 가장 뿌듯해요. 그런 작품을 발견했다는 만족감도 있지만, 기사를 본 사람들이 그 작품에 관심을 갖고 공연을 보러 많이 간다든지, 기사가 평가 자료로 쓰이면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재공연된다든지 하면 정말 기쁘죠.
  맞아요. 공연을 할 때 많은 이들이 배우나, 연출 등 전면에 드러나 있는 사람들을 주로 보잖아요. 그런데 그 뒤에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역시 많죠. 전 공연 크레딧에 나와 있는 스태프들을 인터뷰하면서 보람을 느껴요. 한 작품 안에서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많은 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데, 사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걸 잘 모르잖아요.
  저도 직장인과 똑같은 삶이어서 출근, 내근, 취재, 밤에 공연 보고 들어가면 11시~12시가 되는 생활이 몇 년이 반복되면 지치거든요. 그리고 모든 작품이 재미있을 수도 없고요. 그러다가 정말 좋은 작품을 보고 나면, 집으로 돌아올 때 밤하늘을 보며 ‘내가 공연 일을 하는 게 그래도 감사하다. 이런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라는 마음에 벅차올라요. 기자이기 전에 저도 공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니까요. 굉장히 뿌듯해요.
유  공연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간지의 경우, 공연 기자가 되고 싶다 해도 공연 기자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 그쪽으로 학위를 땄다거나 하면 유리할 순 있죠. 하지만 공연 담당만 하는 것은 장담할 수 없어요. 
유  일간지에서 공연 담당이셨다가 유학을 가신 기자 분의 예도 있잖아요. 그분들은 마치고 돌아오면 문화부에서 전문적으로 공연을 담당하는 기자가 되나요?
  매체마다 다르겠지만, 저희의 경우 그건 전적으로 개인이 어떤 노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한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쌓아 오셔서 전문 기자처럼 활동하는 분들이 많죠. 그것은 기자가 출입처에서 굉장한 열의와 욕심을 보였을 때 가능하죠. 저처럼 이제 3년 차인 경우, 다른 것들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공연 기자가 되려면 이런 걸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이제까지 많은 기자를 뽑은 경험을 반추해볼 때, 공연 기자는 필드가 공연계일 뿐 결국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잘 써야 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이 공연에 대한 지식이에요. 둘 다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공연을 좋아하는 한 명과 글을 잘 쓰는 사람 중 최종적으로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면, 저는 글 잘 쓰는 사람을 뽑을 거예요.
  공연에 대한 호기심, 무대에 대한 호기심,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전 기자를 하면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관객으로 무대를 봤을 때는 작품만 보였는데, 기자를 하면서 인터뷰를 하니까 배역뿐 아니라 배역을 맡고 있는 배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거기서 제가 배우는 것도 많아요. 공연이든, 무대든, 무대 위 사람이든, 무대 뒤 사람이든 그들에게 호기심이 있으면 일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타 지에는 유학 시절 공연장에서 일하면서 매일 무용을 봤다는 분도 있었고, 대학원에서 공연 관련 학과를 이수한 사람도 꽤 있어요. 모두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이를 더하면서 제 자리를 찾아서 흥미롭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관심 분야가 확실하면, 계속 관심을 이어가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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