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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VORITE] 마음으로 보낸 선물 [No.84]

정리 | 편집팀 2010-09-29 4,834

마음으로 보낸 선물

 

누구나 하나쯤은 마음속에 선물이 있다. 너무 평범하고 타인들에게는 보잘것없지만 가슴으로 보낸 선물. 그것을 고르기까지의 고민과 마음들이 더해져 특별해지는 그런 선물들. 당신의 가슴이 기억하는 선물은 어떤 것입니까?

 

 

 

 

 

 

 

 

 

 

 

 

 

 

 

 

 

 

 

 

 

 

 

 

김우형
5년 전쯤, (김)준현이 형을 도쿄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킬 앤 하이드> 공연차 일본에 갔다가 거기서 극적으로 형을 만나게 됐다(형은 나의 대학 동기로 당시 극단 시키에서 활동 중이었다). 형이 시키에 들어가고 나서 서로 연락이 뜸해지다 연락이 끊긴 상태였는데, 길을 가다 시키 소속 한국 배우를 우연히 만났고, 그에게 연락을 받은 형이 그날 밤 호텔로 찾아왔다. 형이 먼저 찾아와 준 것도 반갑고 고마웠는데 다음날 형이 땀을 뻘뻘 흘리며 공연장에 나타나 선물이라고 신발을 하나 쓱 내미는 거다. 형이 수습단원인 시절이라 넉넉하지 않을 때여서 뭐 하러 이런 걸 사왔냐고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나한테 뭐라도 하나 사보내고 싶었나 보다. 근데 사이즈가 안 맞는 바람에 다음날 가방으로 바꿔다줬다. <지킬 앤 하이드> 도쿄 공연을 마치고 오사카로 가기 전, 배우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데 형이 말하길 자기도 모르게 쇼핑몰을 헤매고 있었단다. 그 마음이 너무너무 고맙고 뜨거웠다. 그때 그 가방을 메고 오사카 거리를 무지하게 활보했었는데…. 난 아직도 잘 가지고 있는 우정 어린 가방을 형도 기억하고 있으려나?

 

이율
편지요. 받은 편지는 다 모아둬요. 그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에요. 음료수 케이스에 힘내라고 적어둔 글도 오려서 보관해둬요. 처음 무대에 오르고 팬들에게 받은 편지들이 두 박스 가득 있어요. 아! 개인적인 거요. 스무 살 첫사랑에게 준 손난로요. 작은 스테인레스 케이스로 만든 손난로였는데 직접 기름을 넣는 것이었어요. 오래 사용하라고 지퍼 기름도 준비하고 사용법도 알려주면서 사귀자고 대시를 했죠. 그 친구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일주일 전이었어요. 선물을 고를 때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마음을 전할 수도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손난로를 보는 순간 딱! 이게 좋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따뜻하게 잘 다녀오라고…. 제 프러포즈를 받아주진 않았어요. 이루어지지 않아서일까요. 가장 기억에 남은 선물을 물으니까 이게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만큼 진심이었기 때문이겠죠.

 

 

 

 

 

 

 

 

 

 

 

 

 

 

 

 

 

 

 

 

 

 

 

 

김유영
어린 시절, 아버지의 일로 인해 나는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서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자랐다. 그땐 부모님과 같이 사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렇지 못한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어느 날 할머니와 백화점에 들렀다가 발견한 하얀 드레스. 내가 입으면 꼭 공주가 될 것만 같았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꼭 사달라고 해야지!’라고 말하며 찜해놓고 간 드레스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내 옆에 놓여져 있었다. 정말 정말 기뻤다. 입었을 때 공주가 된 기분이었다. 할머니는 내가 의기소침해 보여 늘 안쓰러우셨나보다. 그땐 그 깊은 마음까지는 알지 못했고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이 마냥 좋고 행복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할머니의 깊은 마음을 떠올리면 가슴이 찡하다. 어린 시절엔 하얀 드레스 선물이 가장 큰 기쁨이었고, 어른이 되어선 그 하얀 드레스에 담긴 할머니의 마음이 나에게 가장 큰 기쁨과 감동이 되었다.

 

민영기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라… 제 얼굴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4절 크기의 자수 액자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2002년 <로미오와 줄리엣> 광양 공연을 갔을 때 만난 고3 학생이었는데, 사인을 받으면서 ‘나중에 꼭 서울로 대학을 가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화성에서 꿈꾸다> 공연 때 다시 만난 그 친구가 연세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만으로도 무척 기특했는데, 로미오의 블라우스를 입은 제 모습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액자와 편지를 건네줄 땐 정말 놀랍고 감동스러웠어요. 무심코 한 약속이었는데 그 친구는 매일 10분씩 일 년 동안 자수를 놓으며 저와의 약속을 기억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더라고요. 뮤지컬을 하면서 제가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 좋은 일 같아요.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제 공연을 보러 와주는 그 친구를 볼 때마다 제 일에 보람을 느끼곤 해요. 

 

 

 

 

 

 

 

 

 

 

 

 

 

 

 

 

 

 

 

 

 

 

 

 

임혜영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자게 됐다. 그때 아빠와 엄마는 나의 잠자리 독립을 위해 선물을 해주셨다. 아빠는 직접 침대를 만들어주셨고, 엄마는 침대에서 덮을 수 있는 침대보와 이불을 손수 만들어 주셨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잔다는 생각에 조금 무서웠지만, 엄마와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셔서인지 더 포근하게 잠들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잠들기 전 책 읽기 좋으라고 침대 머리맡에 만들어 주셨던 삼단 책장도 특별했다. 아, 산타클로스가 결국 엄마였다는 걸 안 것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이 침대에서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를 가면서 버렸던 그 침대, 당시엔 새 침대가 생겨서 금방 즐거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선사해준 부모님의 소중한 선물이었다.

 

성두섭
저는 매년 감동적인 선물을 받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책을 한 권씩 선물해주시거든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어린 시절 가장 처음 받았던 책은 성경이었어요. 이후에 받은 책들은 자기계발서나 인생의 지침서 같은 책들을 주로 선물해주세요. 책을 주실 때마다 꼭 편지를 함께 써주시는데 그게 정말 감동이에요. 매년, 편지에 늘 자랑스럽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적어주세요. 요즘은 아버지께서 블로그를 하시는데, 2달 전 제 생일 즈음에 누나와 활짝 웃으면서 함께 찍은 어린 시절 제 사진을 올리시고 그 밑에 메시지를 적어주셨어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 저만을 위한 글을 올려주신 걸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제 공연을 보시고 나면 평소에는 부끄러워 잘 못하시던 ‘사랑한다. 늘 응원할게. 열심히 해’라는 문자를 가끔 보내세요. 그럴 때도 너무 감동이죠. 근데 워낙 무뚝뚝한 아들이라 늘 답장을 못했어요. 이 기회를 빌어 아버지께 늘 감사하고 기대하시는 만큼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전하고 싶네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4호 2010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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