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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HOT MUSICAL] <쓰루 더 도어> [No.138]

글 |송준호 사진제공 |간 프러덕션 2015-04-01 5,054

현실의 해법




상상의 세계는 현실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모든 이들의 안식처다. 현실의 삶에서 답을 찾지 못한 괴로움과 갈증을 다른 시공간에서 탐색하려는 욕망이 만든 세계다. 일종의 매력적인 현실 도피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그 세계에 있는 동안은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 만화,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주인공이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서사는 흔하게 사용된다. 그것은 때로는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모호하게 처리되는가 하면, 주인공이 실제로 물리적인 세계로 들어가 새로운 모험을 하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쓰루 더 도어>는 후자 쪽에 가깝다. 어느 날 갑자기 다용도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주인공 자신이 집필하고 있는 소설 속 세계가 펼쳐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7년째 차기작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샬롯은 새로운 이야기로 재기를 노리지만 출판사 편집장에게 로맨스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누군가의 격려가 필요한 그녀지만, 남편은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자의 반 타의 반 워커홀릭의 삶을 사는 남편 레니는 야근이 일상인 남자. 일과 사랑에서 결핍을 느끼는 이가 기댈 곳은 자연스레 상상의 세계다.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유일한 즐거움이 됐던 샬롯의 소설은 급기야 다용도실 문을 열고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 안에는 소설 속 주인공인 왕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기본 줄거리는 소녀풍 판타지 로맨스의 성인 버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현실적인 고민들이 숨어 있다. 결혼 후에도 자기 일을 하며 사는 현대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와, 바쁜 현대사회에서 ‘저녁이 없는 삶’이 초래하는 부부 생활의 균열이 그것이다. 소설 속 왕자와의 로맨스, 이쪽 세계로 건너온 레니와의 만남 등을 통해 샬롯이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도 담는다.

라이선스 뮤지컬임에도 특정 국가나 문화권의 특색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쓰루 더 도어>가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보편적 정서가 모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신진 아티스트와 한국 크리에이티브 팀의 협업으로 완성된 뮤지컬이다. 2007년부터 약 7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서울에서 세계 최초로 공연되는 이색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영국의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들을 위한 네트워크 ‘퍼펙트 피치(Perfect Pitch)’를 통해 발표된 <쓰루 더 도어>는 2008년과 2009년 런던 쇼케이스를 거쳐 2011년 뉴욕 리딩 공연에서 선보인 바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국내에서 초연을 하는 일은 드문 만큼, 작가와 작곡가가 현지화를 위해 대본을 수정하고 새로운 곡을 추가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작가는 영화 <슬리피 할로우>의 뮤지컬화 대본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주디 프리드. 작곡은 <투모로우 모닝>의 로렌스 마크 와이트가 맡았다.

샬롯 역은 지난해 <레베카>와 <보니 앤 클라이드>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오소연과 신예 최수진, 유리아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샬롯의 남편 레니 역은 <살리에르>에서 연기 대결을 펼친 정상윤과 최수형, 그리고 김경수가 함께한다. 환상 세계의 왕자 카일 역은 전재홍과 백형훈, 민우혁 등 신예들이 나눠 맡는다.



한줄평 <투모로우 모닝>의 뒤를 따를까, <쓰루 더 도어>의 길을 개척할까.

3월 13일~6월 7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070-7519-973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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