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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광염 소나타> 유승현의 S [NO.165]

글 |박보라 사진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2017-07-11 6,627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네 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자살한 작곡가 J의 작품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일명 ‘피로 물든 음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곡이죠.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 건, J의 범행과 그의 일기장을 알린 S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는데요. 그동안 추측만 난무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S가 직접 밝혔습니다.


※ 이 글은 <광염 소나타>의 S역 배우 유승현과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당신과 J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쏟아냈어요. 두 사람은 어떤 사이였나요?
음악적인 뮤즈. J가 없을 때면 그 친구의 온기가 그리웠어요. 모든 것이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제겐 J가 있어야만 즐겁고 행복했어요. 흔히 말하는 사랑이나 우정 그런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어요.


J와 첫 만남은 어땠나요?
제가 음악에 재미를 붙인 순간에 J를 만났어요. 아니, J를 만나면서 음악에 재미를 느꼈죠. 우리가 만난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저는 부모님과 주변의 권유 때문에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J는 저와 달랐어요. 그 친구는 음악만이 자신의 길이라면서 음악을 정말 진중하게 대했죠. 처음엔 J의 그런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음악을 소중히 여기는 친구가 있는데 나는 음악을 정말 하찮게 봤다는 사실에 많은 반성을 했어요. 전 고등학생 때 많은 방황을 했어요. 내가 왜 음악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죠. 그냥 해야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음악을 했어요. 저와는 달리 J는 그야말로 음악에 푹 빠진 친구였어요. 우리는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우연히 친해졌어요. 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그 친구가 악보를 그려 왔죠. J의 악보는 제 흥얼거림이 아니었어요. 무언가가 더해지거나 다듬어져 있어서 근사한 음악이 탄생된 거죠. 그렇게 우리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J라고 생각해요. J로 인해 음악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죠. 그래서 그 친구가 아무 말 없이 사라졌을 땐, 그리고 K에게 갔다는 걸 알았을 땐 당장 데려오고 싶었어요.


당신은 천재이지만, 악보를 쓰지 못했다는 소문도 돌았어요.
천재는 J였어요. 악보를 쓸 수 없다기보다는…, 악보를 쓸 필요가 없었어요. J가 늘 내 흥얼거림을 완벽하게 정리했어요. 우린 늘 함께였으니까, 악보를 쓰는 걸 배울 필요성을 못 느낀 거죠.


당신이 악보를 못 쓴다는 걸 왜 J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저는 몰랐어요. 정말로. 저에 대한 오해를요. J가 K에게 갔을 때, 제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물론 만날 수도 없었죠. 6개월만에 K와 함께 있다는 걸 알고 갔을 때…. 그 친구가 절 그렇게 칼로 찌를…. (말씀하기 힘드시면 그만하셔도 됩니다만) 괜찮아요. 우리에게는 오해를 풀 만한 시간이 없었죠. 나중에야 J의 일기장을 봤어요. 제가 지금까지 그 친구에게 건넨 응원의 말이 폭력이었다는 걸, 그 친구를 힘든 벼랑 끝으로 밀었다는 걸 알았죠.


J의 일기장엔 그가 음악을 위해 살인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고 알려졌어요. 일기장을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제 모든 게 무너졌어요. 제가 무심코 뱉었던 말들이 나의 뮤즈이자 한 천재를 죽인 거예요. 처음 J가 사고를 낸 후 곡을 쓰고, 또 그 후에 살인을 저지르고 또 저까지…. 마지막에 J가 스스로 죽기로 한 대목을 읽는데 정말 괴로웠어요. 가슴이… 많이 아팠죠. 나중에 잿더미가 된 그곳에서 J가 쓴 악보를 봤어요. 불에 타다 남은 악보를 보면서 피아노를 치는데, 말 그대로 전 모든 걸 잃은 것 같았어요.



조심스럽지만, J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살아났나요?
전 봤어요. J가 절 찌르는 순간 자신 속에 숨어 있는 악마를 본 걸요…. 그때야 깨달은 거죠.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예술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단 걸 깨달았기 때문에 나를 죽이지 않았다고. 그렇지만 그 친구는 차마 모든 걸 건 음악을 포기하지 못했죠. 그래서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거죠.


누군가는 J가 당신에게 가진 큰 열등감 때문에 죽이려고 했다고 말하더군요. 당신은 그런 J의 마음을 알았나요?
몰랐어요. J가 제게 열등감을 느꼈다는 걸 일기장을 보고야 알았어요. 저는 그 친구와 완벽한 파트너였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있을 때, 언제나 좋은 음악을 만들었죠. 저도 그 친구에게 열등감을 가졌어요. 저는 억지로 음악을 하는데,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늘 저와 함께였던 J가 사라진 후, 친구들에게 수소문을 했는데 K에게 갔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얼마나 대단한 음악을 쓰는지 보자. 아마 곧 나에게 다시 올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J를 찾아간 날엔, 차마 그 친구를 데리고 나오지 못했어요. 그 친구가 다시 내게 돌아올 거라 믿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저도 그 친구를 향해 열등감과 되도 않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저명한 음악 교수로 알려진 K와 S의 관계가 충격적이었어요. 혹시 당신도 K와 아는 사이였나요?
네, 아는 사이였어요. 전 J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K를 정말 싫어했어요. 제 아버지는 지휘자였고, 제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어요. 그런데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갑자기 집안이 휘청거렸어요. 당장 대학교 등록금도 낼 수 없을 정도가 됐어요. 휴학은 싫었어요. J와 떨어져 음악을 한다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제 상황을 건너 들은 K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자기에게 곡을 팔면 돈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전 위대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거나 제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없었어요. 그냥 J와 함께 대학교를 다니면서 음악을 하고 싶었죠. K는 이런 경제적인 상황을 이유로 절 많이 이용했어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건, K와 거래를 하면 J와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끔찍한 그 일이 있은 후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이젠 음악을 하지 않아요. J의 일기장을 펼쳐 봤을 때…, 저와의 통화 내용이 적혀 있더군요. 그 친구에게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고 J가 본격적으로 살인을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친구가 내 이야기를 그렇게… 받아들였다는 걸 알았죠. 나에게 J는 뮤즈였는데, 그에게 난 그런 존재가 아니었어요. 마치… 불행이었죠. 전 지금 평범하게 살아요. 종종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J를 생각해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5호 2017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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