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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니진스키> 신은 날아가고 [No.190]

글 |안세영 illustrator | 이야기 2019-08-01 4,719

<니진스키> 신은 날아가고


 

 

지난밤 이후로 얼마나 마셨더라. 취기 속에서 너의 춤을 되풀이해 본 듯한 기분이 들어. 나를 단숨에 매료시킨, 내가 미친 듯이 사랑하고 경외했던 너와 네 춤. 그런 너에게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안겨줬다는 생각에 후회를 넘어선 죄책감을 느꼈지. 세상은 내가 너를 스타로 만들었고, 네가 나를 떠나서 몰락했다고 떠들지만 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 삭막한 병실에서 춤추는 네 모습은 여전히 신처럼 자유로워 보였어. 너는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저 너머로 날아갔고, 나는 새장에 갇힌 기분으로 그동안 나의 전부였던 발레 뤼스를 돌아봐. 발레 뤼스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천재들을 위해? 관객을 위해? 후원자를 위해?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 이제 너에게는 나에 대한 원망조차 남아 있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용서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 

 

<니진스키>는 ‘춤의 신’이라 불린 천재 발레리노 니진스키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글은 디아길레프 역 조성윤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니진스키가 무대를 떠나 정신병원에 들어간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0호 2019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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