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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스위니토드> 윤석호, 꿈속을 걷는 시간 [No.220]

글 |이솔희 사진 |맹민화 2023-01-26 1,785

<스위니토드> 윤석호
꿈속을 걷는 시간 

 

“<풍월주> 무대에 처음으로 서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지금 꿈꾸는 건가?” 윤석호는 뮤지컬배우로서 걸어온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꿈’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되뇌었다. 말 그대로 꿈만 같은 나날들이 그의 1년을 채웠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부터 탄탄한 마니아층을 지닌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더니, 이내 대극장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토비아스 역까지 따내며 뮤지컬계의 유망주로 떠오른 윤석호. 아직 배우라는 수식어가 낯설다는 이 반짝이는 신예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이제 막 두 자릿수 나이에 접어들었을 무렵, 윤석호는 서툰 글씨로 자기소개서 장래 희망 칸에 ‘뮤지컬배우’ 다섯 글자를 적었다. 사람들 앞에 서서 웃음을 안겨주는 것을 좋아했던 그에게서 배우의 재능을 발견한 어머니가 뮤지컬배우라는 낯선 직업의 존재를 알려준 덕분이다. “엄마가 뮤지컬배우가 되면 사람들 앞에서 춤, 노래, 연기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대요. 그 얘기를 듣고 바로 ‘그거 할래!’라고 대답했죠.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거든요.” 그렇게 뮤지컬배우를 향해 꿈을 키워가던 그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변성기가 찾아와 성대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실의에 빠져 한동안 뮤지컬배우의 꿈을 접어두고 노래 대신 연기 연습에 집중하던 그는 친구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개최하는 청소년 뮤지컬 경연대회인 ‘DIMF 뮤지컬스타’에 함께 참가하자는 것이다. 계속되는 친구의 설득에 못 이기는 척 지원한 이 대회에서 윤석호는 대상이라는 결과를 품에 안으며 인생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뮤지컬배우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던 터라 경연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예선을 거듭할수록 자신감과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그래, 역시 이거였어. 난 뮤지컬배우를 하려고 태어난 거였어!’ 본선에 진출해 <엘리자벳>의 ‘Kitsch’를 부르던 날 처음으로 꿈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그렇게 많은 관객분들 앞에서 제 연기를 보여준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다시 생각해 봐도, ‘DIMF 뮤지컬스타’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저는 뮤지컬배우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다시 뮤지컬배우를 꿈꿔도 된다는 확신을 준 경험이어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어요.”

 

DIMF에서의 활약은 윤석호를 데뷔작인 <풍월주> 무대로 이끌었다. 그를 눈여겨본 제작사 관계자가 오디션을 제안한 것이다. 휴학 후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그저 경험을 쌓아보자는 마음으로 인생 첫 오디션에 임했고, 주인공인 사담 역할을 단번에 따냈다. 그것도 스물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말이다. 그 후로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베어 더 뮤지컬> 오디션에 연달아 합격하며 그의 앞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졌다. “처음으로 <풍월주> 무대에 오르던 날은 제가 관객분들 앞에 선다는 상황 자체가 정말 꿈처럼 느껴졌어요. 어떻게 공연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많이 긴장했는데, 모니터링 영상을 보니 진짜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고요.” 데뷔와 동시에 인기작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부담감도 점점 커졌지만, 그는 부담감을 원동력 삼아 뮤지컬배우로서의 자질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보낸 1년이 지나고 <스위니토드>의 토비아스가 윤석호를 찾아왔다. 토비아스는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바라온 꿈의 배역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는 캐릭터”였다고. 그 자신감의 원천을 묻자 “중학생 때 연기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저한테 토비아스랑 닮은 면이 있대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저는 어떤 캐릭터가 저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 되게 설레고 궁금해요. 그래서 중학생 때 토비아스와 관련된 영상을 전부 찾아보고 뮤지컬 넘버를 연습했던 기억이 나요. 오래전부터 토비아스가 될 준비를 해서 그런지, 저만의 토비아스를 관객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오디션 합격 이후, 윤석호는 매일 밤 토비아스로서 무대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잠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토비아스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기 전부터 차근차근 자신만의 토비아스를 만들어갔다. “토비아스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순수함과 단순함, 진실함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술적으로 연기하기보다는 제가 토비아스로서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 기억하고, 그걸 진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죠. 그래서 무대 위에서 윤석호가 아닌, 오롯이 토비아스로서 존재하기 위해 매일 스스로를 다잡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막연한 꿈이 갑자기 눈앞의 현실이 되면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윤석호는 자신을 향한 믿음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배우는 어떻게 보면 잘 만들어진 거짓을 보여주는 사람이잖아요. 그 거짓을 관객이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보여준 연기가 누군가를 설득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더 나아가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는 참 멋진 존재인 것 같아요. 그러니 제 이름 앞에 붙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얼른 익숙해질 수 있게 노력해 보려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0호 2023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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