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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② - 라이브 강병원 대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No.223]

글 |최영현 사진 | 라이브 2023-04-13 2,139

라이브 강병원 대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2011년 설립된 라이브는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지향하는 공연 제작사다. 2013년 <총각네 야채가게>로 일본에 진출한 후 지금까지 <마이 버킷 리스트> <팬레터> <랭보> <마리 퀴리>를 아시아 뮤지컬 시장에 안착시켰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쇼케이스를 갖고 영미권 진출을 타진했다. 그뿐만 아니라 뮤지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뮤지컬 개발에 힘쓰고 있다.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서 개발된 <팬레터>는 대만과 중국에 진출했고, <마리 퀴리>는 창작뮤지컬 최초로 폴란드에서 공연한다. 아시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 시장 진출을 꿈꾸는 라이브 강병원 대표를 만났다.

 

2019 <랭보> 중국 베이징

 

라이브를 설립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
극작을 전공하고 졸업 후 영화 시나리오 쓰는 일을 했다. 영화사에서 일하다가 2008년 <총각네 야채가게> 각색에 참여하면서 뮤지컬계에 발을 들였다. 그때부터 언젠가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본격적으로 공연을 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10년 <모란이 꽃피는 시장>이라는 퓨전 악극에 공동 극작과 기획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회사 설립 직후에 뮤지컬 제작 대행사를 찾고 있던 싸이더스HQ의 투자를 받아 첫 뮤지컬 <파라다이스 티켓>을 제작했다.

 

2011년 회사를 설립하고 불과 2년 만에 <총각네 야채가게>로 일본에 진출했다. 신생 제작사로는 놀라운 행보였다. 회사 설립 당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
운이 좋았다. 2008년에 초연한 <총각네 야채가게>는 내가 작가와 조연출로 참여한 작품이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공연권을 획득했고, 2012년부터 라이브에서 직접 제작했다. <총각네 야채가게>가 일본에 진출한 데에는 드라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1년 말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방영됐는데, 특히 일본에서 반응이 좋았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뮤지컬로 옮겨졌다. 일본의 연예기획사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뮤지컬을 보고 자사 연예인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2013년 4월에 도쿄와 오사카에서 <총각네 야채가게> 라이선스 공연을 올렸다. 투어 공연 제안도 들어왔다. 그 당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아뮤즈가 도쿄에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를 세우고 한창 한국 창작뮤지컬을 일본에 소개하고 있었다. 아뮤즈가 투어 공연을 제안했고, 같은 해 9월 한국 배우들이 일본에 가서 공연했다. 라이선스 공연도, 투어 공연도 반응이 너무 좋았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으로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맛봤고, 좋은 작품을 만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기쁨도 잠시, 얼마 후 큰 사기를 당했다고 들었다. 해외 진출에 거부감이 들 법도 한데 오히려 더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이어갔다.

회사 사정이 크게 어려워졌지만 실패를 통해 배운 점도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일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막연히 작품만 좋으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은 좋은 콘텐츠와 더불어 실력있는 현지 파트너와 그들의 제작, 홍보, 마케팅 노하우가 총체적으로 더해진 결과였다. 애초에 일본 공연 시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본에서 공연하겠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그걸 사기를 당한 후 깨달았다. 그때부터 해외 공연 시장에 대해 공부하고,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도 찾아봤다. 해외 진출 초반에 현장에서 라이선스, 투어, 공동 제작 공연의 시스템을 경험한 것도 큰 자산이 됐다. 지금도 여전히 공부 중이다. 해외 진출의 성과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새로운 노하우를 배우려 한다.

 

2022 <펜레터> 중국 상하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한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대를 알아보는 수밖에. 활동하는 지역이 다르니 상대가 좋은 파트너인지 가려내는 게 참 어렵다. 처음에는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총동원해 어떤 회사인지 알아봤다. 한번은 우리 공연을 하고 싶다고 제안한 중국 제작사가 있었는데 확신이 서지 않아 2년 동안 지켜보다가 파트너십을 맺은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인맥 덕분에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게 예전보다 수월해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의 제작사들이 먼저 공연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전에는 우리가 먼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했는데 상황이 역전이 된 거다. 해외 제작사가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의 정보를 찾는 수고를 많이 덜었다. 그런데 영미권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요즘은 해외 진출 초창기로 돌아간 기분이다. 영국과 미국은 제작사가 너무 많고 정보를 얻기 어려워 난감하더라. 새로운 마음으로 영미권 시장을 공부 중이다.

 

예전에는 한국 창작뮤지컬이 중국과 일본 시장에 러브콜을 보냈다면, 지금은 오히려 러브콜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이렇게 상황이 역전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일본과 중국은 뮤지컬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직접 제작하는 뮤지컬 수가 적다. 일본은 만화나 게임을 원작으로 한 2.5차원 뮤지컬을 제외하면 창작뮤지컬이 드물다. 다만 중국은 최근 공모전이나 인큐베이팅 사업을 도입해 조금씩 창작뮤지컬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제작 편 수가 적고, 완성도도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도 높은 한국 창작뮤지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은 소재도 다양하고, 음악이나 드라마 수준이 상당히 높다. 더불어 공연 제작 능력도 뛰어나다. 지금은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 쏠려 있지만, 영미권 진출도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K팝, K드라마, 웹툰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것을 생각해 보라. 콘텐츠에 국경이 없어진 지 오래다.

 

지난해 미국에서 <광주>, 영국에서 <마리 퀴리>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아시아에 이어 영미권 시장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나는 해외 시장 진출을 도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작품의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는 게 제작자의 사명이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계속해서 무대에서 공연되어야 생명력을 갖는다. 그렇기에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거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작품을 알리는 게 먼저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공연을 알리려고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광주>와 <마리 퀴리> 모두 현지 스태프와 배우들이 참여했다. 현지 관객과 관계자들이 많이 찾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다. 특히 <광주>는 우리 역사 이야기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각자가 경험한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며 공감하는 게 놀라웠다.

 

공연 실황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공연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그렇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연 영상이 해외 진출의 새로운 교두보가 되고 있다. 우리 회사는 2017년 일본 TV방송인 CS채널 위성극장을 통해 <마이 버킷 리스트>를 방영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마리 퀴리> <랭보> <총각네 야채가게> <광주>를 차례로 방영했다. 이때 <마리 퀴리>의 공연 영상을 본 일본 공연 관계자가 라이선스 공연을 제안했고, 지난 3월 13일 일본 도쿄에서 첫 공연을 올렸다. <마리 퀴리>는 2024년 말쯤 폴란드 포들라스카 극장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공연도 공연 영상 덕분에 성사됐다. 2020년 11월 바르샤바 <마리 퀴리> 공연 실황 상영회에 참석했던 극장 관계자가 라이선스 공연을 제안한 것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글로벌 OTT 플랫폼에 공연 실황 영상을 송출해 전 세계에 한국 창작뮤지컬을 알리고 싶다.

 

2022 <마리 퀴리> 런던 쇼케이스

 

라이브는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잘 활용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지원 사업을 활용할 때 유의해야할 점이 있을까?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정부 지원 사업이 많은데 지원 기관에 따라 사업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작품의 유통,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제작, 창작진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내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고 거기에 맞는 지원 사업에 지원하는 게 좋다. 하지만 지원 사업을 해외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여겨야지, 지원 사업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어렵지만, 선정된 후에 사업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지원 사업을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여러 차례 해외 공연을 성사시킨 주인공으로서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콘텐츠가 반, 의지가 반이다. 여기서 의지란 반드시 해외 진출을 이루겠다는 마음가짐부터 행동을 포함하는 말이다. 해외 진출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니 끝까지 해내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해외 시장 공부도 많이 하고,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좋은 파트너를 찾으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해외 진출을 이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

 

라이브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아시아권 공연은 지금처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했던 경험을 발판삼아 영미권 진출도 준비 중이다. 5년 이내에 라이브의 작품 중 두어 편의 창작뮤지컬을 300석 규모의 극장에서 4~6주간 공연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뮤지컬 IP로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 영화사에 근무하면서 IP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책이나 영화는 하나의 IP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지 않나. 뮤지컬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LA나 홍콩 필름 마켓에 뮤지컬 IP로 피칭도 했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중국에서 공연이 결정되기 전, 콘텐츠 마켓 ‘2016 K-스토리 in China’에서 피칭을 했는데, 거기서 왕가위 감독으로부터 영화 제작 제안을 받았다. 향후 뮤지컬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나 음악 드라마로 전 세계 관객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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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3호 2023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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