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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③]<벤자민 버튼> 이나오 작곡가, 음악을 타고 흐르는 시간

글 |이솔희 사진 |김태윤 2024-05-29 1,740

ALL ABOUT <벤자민 버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 <벤자민 버튼>이 지난 11일, 가슴 따뜻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작품의 연습 현장부터 창작진, 배우 인터뷰까지! <벤자민 버튼>의 모든 것을 더뮤지컬이 들여다봅니다.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이 주인공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벤자민 버튼>은 오는 6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됩니다.

 


 

 

오프닝 넘버인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부터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묘비명-SWEET SPOT Rep.’까지, 낭만적이고 따뜻한 감성의 음악이 뮤지컬 <벤자민 버튼>을 가득 채운다.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공연과 10여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이나오 작곡가에게 <벤자민 버튼> 속 22개 넘버의 탄생 비화를 들어보았다.

 

작품 개발을 위해 오랜 시간 공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만난 것은 언제인지, 그 당시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2013년경 조광화 작/연출님이 <벤자민 버튼>의 소재를 저에게 제안하셨고, 그 당시 CJ ENM에서 진행하던 ‘크리에이터 랩’의 개발 작품으로 본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단계부터 퍼펫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시작되었기에 음악적으로는 시대를 담는 재즈적 색채 뿐만 아니라, 동화적 판타지가 가미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퍼펫과 함께 노래하고 움직이는 무대를 상상해 가며 작업하는 것이 생소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도이기에 흥미로웠어요. 초기 개발단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에서 진행하던 퍼펫 워크숍에 개발팀이 함께 참여했던 때인데요. 그때 몸소 퍼펫을 움직이며 호흡하면서 퍼펫의 생명력을 직접 느껴본 경험이 저의 작업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약 10년 만에 본 공연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벤자민 버튼>이라는 작품에 지닌 생각에 변화한 부분이 있나요.

2021년 CJ 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쇼케이스를 준비하면서 작품의 방향이 여러모로 새롭게 구축되었는데요, 당시 재해석되었던 부분들이나 생각했던 톤이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관람하시는 입장에서 압축적으로 전개되는 벤자민의 일대기를 빠른 호흡으로 따라가야 하는 동시에, 음악 안에서 펼쳐지는 퍼펫과 배우의 내밀하고 섬세한 호흡을 모두 흡수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가능할지가 미지수였죠. 다행히도 본 공연을 선보인 후, 저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관객분들이 작품과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작품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의 내면도 한층 깊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작곡가로서 추구하는 방향성 혹은 색채에 변화가 생겼다면, 그러한 변화가 <벤자민 버튼>의 음악에도 반영된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뮤지컬을 하면서 변치 않는 것은 이 장르를 향한 애정인 것 같아요. 뮤지컬을 사랑하기에 여러 우여곡절도 넘길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붙잡고 가야 할 것과 비워내야 할 것들이 점차 구분되었어요.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붙잡고 싶은 수만 가지와 바라보는 입장에서 갖고 갈 수 있는 지점들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벤자민 버튼>이 깊고 따뜻하지만 무겁지 않은 작품이 되길 바랐어요. 이를 위해서 음악이 인물과 상황에 밀착되어 흐르기도 하다가, 때로는 오롯이 넘버로서 즐길 수 있는 모멘트들도 선사하고 싶었죠.

 

 

<벤자민 버튼> 음악의 전체적인 콘셉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야기 전체가 벤자민이 자신이 사랑하는 블루를 위해 만들어 주는 상황극이라는 전제가 있어 음악적으로도 따뜻한 정서를 밑그림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따뜻한 정서는 클래식과 재즈 색채의 결합을 통해 구축되었죠. 오프닝 넘버인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이나 곳곳에 리프라이즈 되는 ‘흔들흔들’이 대표적으로 그런 의도가 담긴 넘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이처럼 특정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넘버, 시대를 담은 재즈풍의 넘버, 그 외 다양한 장르의 넘버, 그리고 벤자민의 판타지적인 색채를 담은 넘버로 구성된 스코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음악 작업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였어요. 한 넘버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스코어의 흐름상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라 여겼죠. 그래서 벤자민과 블루의 솔로 넘버의 전체적 맥락, 상황극에서 빠져나와 부르는 넘버들의 점차적 온도 조절, 그리고 그 외 다양하게 펼쳐지는 장르적 넘버 또한 그 나름의 흐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벤자민의 솔로 넘버들은 삶을 역행하는 에너지로 표현하게 되었고, 블루는 어린 활기에서 점차 가라앉는 에너지로 그리게 되었어요. 이 둘의 엇갈리는 시간이 반대로 흘러가는 음악의 에너지를 통해 관객분들에게 알게 모르게 전달되기를 바랐죠. 그리고 상황극 밖의 넘버들은  블루의 시간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온도 조절을 했고, 그 외 장르적 넘버들은 점차 더 현대적인 색채로 그리려 시도했어요. 이 모두가 ‘시간의 흐름’을 쟁점으로 삼아 나온 음악적 선택들이었죠.

 

<벤자민 버튼> 음악 작업을 진행하며 작곡가님께 영감을 준 대상이 있나요?

2013년 초기 단계에는 퍼펫을 처음으로 접해보며 다양한 감정과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같고, 시간이 지나 2021년의 작업 과정에서는 오랜 친구와 재회를 하는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그저 달리는 기차처럼 즐겁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이번 본 공연의 추가 작업까지 마무리하는 과정에서는 짧지 않은 세월에 걸친 만남과 헤어짐, 재회까지 모든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습니다. 그 세월 자체가 제게 영감의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벤자민 버튼>은 총 22곡의 넘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특히 소개하고 싶은 넘버 세 곡을 꼽아보자면요.

우선 개인적으로 요즘 가장 마음이 가는 넘버 중 하나가 벤자민의 솔로 넘버인 ‘사랑한다면’입니다. 작품 초기 단계에서 작업 되었던 넘버이고, 음악이나 가사가 그때 나온 형태 그대로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음악을 들으면 당시의 저의 감성이나 정서들이 바로 불러일으켜집니다. 벤자민이란 인물의 내면 색채를 음악적으로는 처음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준 넘버이기도 합니다. 그의 순수한 내면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동시에 많이 안쓰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가 상상하는 ‘사랑’의 그림이 뜻대로 펼쳐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말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음악은 이 순간 벤자민이 기대하는 사랑의 색채를 온전히 그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세월이 지나도 벤자민은 이때의 지고지순함을 잃지 않는 멋짐이 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결국 이 넘버의 테마가 극 후반에 나오는 ‘곁에 있어줘’라는 넘버에도 등장하게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넘버는 작품 속에서 벤자민이란 인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그의 ‘I Want 송’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쨰로는 ‘술에 물 탄 듯’ 을 꼽고 싶어요. 극 중 마마가 부르는 쇼스타퍼 넘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넘버를 작업할 당시 연기적 호흡의 밀당을 최대한 떠올리며 음악적으로 담아내려 했고, 음악이 펼쳐질 때는 확실히 흥이 날 수 있도록 쓰고자 했었죠. 본 공연에서 하은섬, 김지선 배우님 모두 이 넘버를 각자의 개성을 담아 잘 표현해 주시는 덕분에 극의 환기가 확실히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의 넘버인 ‘불안에의 초대’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긴 여정을 거쳐온 벤자민과 블루의 종지부를 목격하게 되는 장면이기에 가장 깊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넘버일 것 같아요. 아기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여인의 품에 안기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자장가 같으면서도 슬픈 연가 같기도 한 색채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블루가 메인이 되어 부르는 넘버이지만, 그 넘버의 기저에는 벤자민의 정서 또한 깔려있다고 생각해요.

 

<벤자민 버튼>의 음악이 관객에게 어떻게 가닿길 바라나요.

벤자민과 블루의 일대기를 담은 이야기인 만큼, 흘러가는 인생이 느껴지는 음악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한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이 아니라, 다양한 희로애락이 모여 매 순간이 값지게 기억되는 그런 인생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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