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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잊히고 지워진 이들의 이야기"…연극 <킬링시저> 유승호·손호준 다시 무대로

글 |이솔희 사진 |토브씨어터컴퍼니 2025-05-21 475

 

 


셰익스피어의 명작 『줄리어스 시저』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 <킬링시저>는 권력을 죽인 후에도 반복되는 아이러니한 삶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의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무대 역시 로마 공화정을 연상시키는 원형 무대로 제작되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정 연출과 오세혁 작가가 의기투합해 작품을 재구성했다.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이지만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암살당하는 시저 역에는 김준원, 손호준이 더블 캐스팅됐다. 정치적 야망과 공화국 수호의 명분 속에 갈등하는 카시우스, 안토니우스 역은 양지원이 연기한다. 공화국의 이상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이상주의자 브루터스 역은 유승호가 맡는다. 이들과 더불어 7명의 코러스 배우가 무대를 채운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호흡을 맞췄던 세 배우 유승호, 손호준, 양지원이 ‘뜨거운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열정을 품고 다시 한번 뭉쳤다. 양지원은 ”연극을 다시는 안 하겠다던 두 사람이 갑자기 무대가 그립다고, 다시 하고 싶다고 하더라. ‘진심이냐’고 물었더니 ‘진짜 뜨겁게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때 오세혁 작가님이 생각났다. 전화를 걸어 뜨거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니 본인이 ’뜨거운 연출가‘를 안다며 한 공연을 보러 가라고 하더라. 김정 연출님의 작품이었는데, 공연을 본 순간 무조건 이 분과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우, 창작진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사연을 전했다.

 

김정 연출은 “이 작품을 준비하며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회 이슈가 맞물리면서 여러 고민을 하게 됐다. 작품이 지닌 주제의식은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다. 나라를 위해 저항해 온 시민들의 의지가 결국 나라의 바탕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작품 역시 황제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바랐다”고 작품의 의의를 밝혔다. 

 

오세혁 작가는 ”연극을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시를 다시 되뇌었다. ’아무도 매장되지 않은 들판이란 없다‘는 구절이었다. 아름다운 들판 아래에 잊히고 지워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권력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국민들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얻은 자가 그 힘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권력을 무너트리기 위해 누군가가 나섰을 때 어떤 파장이 일어나는지. 그런 고민을 하며 원작을 각색했다“고 말했다. 

 

 

 

유승호는 “예전에는 연기를 하며 ’여기서 뭔가 더 색다른 감정이 나올 수 있을까? 힘들 것 같은데‘라며 단정 지었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 나오는 게 흥미로웠다”며 ”지금은 잘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연출님을 비롯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르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손호준은 “끝나고 나면 또 하고 싶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게 연극”이라며 ”연극 연기는 매체 연기와 달리 한번 시작하면 다시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더 긴장되고, 더 공부하게 된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또, 관객분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같은 공연을 매일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연극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준원과의 더블 캐스팅에 대해서는 ”연극 작업을 통해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혼자 캐릭터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표현할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블 캐스팅으로 하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준원 선배님이 함께해주셨다. 덕분에 제가 생각하지 못한 시저의 모습을 많이 찾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원은 “호준 배우를 보며 똑똑하고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테일한 부분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은 연출님과 함께 고민했지만, 저희 둘이 연기하는 시저가 많이 다르다. 두 사람의 시저를 번갈아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러 캐릭터를 오가야 하는 양지원은 “원래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 1인 2역이었는데, 어떻게 해야 관객분들에게 더 흥미로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새로운 캐릭터 X를 만들어냈다.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 아름다움을 가장한 악마 같은 역할로 만들고 싶었다”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극 <킬링시저>는 오는 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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