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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섬세한 움직임으로 전하는 불멸의 고독…9년 만에 돌아온 연극 <렛미인> 프레스콜

글 |이솔희 사진 |신시컴퍼니 2025-07-10 92

 

연극 <렛미인>은 쓸쓸하지만 매혹적인 뱀파이어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카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결핍, 더 나아가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불멸의 존재인 뱀파이어와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함께 영원을 꿈꾸며 서로의 삶에 파고드는 이 이야기는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자작나무 숲 무대에서 펼쳐져 관객에게 한층 밀도 있게 전해진다.

 

<렛미인>은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제작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등에서 호평받았다. 뮤지컬 <원스>,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토니상과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한 존 티파니가 연출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초연됐다. 2020년 두 번째 시즌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취소된 바 있다. 9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시즌 오디션에는 1,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일라이 역에는 권슬아, 백승연이, 오스카 역에는 안승균, 천우진이, 하칸 역에는 조정근, 지현준이 발탁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2020년 공연에서 일라이 역으로 캐스팅된 바 있는 권슬아는 “일라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낯설고 어려웠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또 다른 세계의 인물 같았다. 뱀파이어 자체가 저희가 만들어 낸 환상의 존재 아닌가. 그래서 오히려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만에 다시 만난 <렛미인>은 5년 전에 못 한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열심히, 모든 순간 소중하게 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570:1의 경쟁률을 뚫고 일라이 역에 발탁되어 배우 데뷔를 하게 된 백승연은 ”9년 전 초연을 봤다. 그때 느낀 신선함과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다. 나도 저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일라이 역을 맡게 되어 꿈만 같다. <렛미인> 역시 꿈 같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관객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2020년 공연 때도 최종 오디션까지 갔다가 떨어졌다. 그래서 그 후로 5년 내내 <렛미인> 오디션이 또 언제 올라오는지 보려고 신시컴퍼니 홈페이지를 정말 많이 들락거렸다. (웃음) 그렇게 꿈만 같던 오디션을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고, 제작진분들이 그걸 잘 봐주셨던 것 같다. 여전히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데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까지 소중한 발걸음을 해주시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나 열려있고,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으니 극장으로 소중한 발걸음 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렛미인> 국내 초연 당시에도 오스카 역을 맡았던 안승균은 ”초연 멤버로 참여했었는데 다시 만나게 돼 뜻깊다. 했던 역할을 다시 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부담이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이 작품을 만나니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다시 만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스카에 대해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초연 때는 화도 많고 어두운 느낌이었다면, 이번에 다시 만나니 오스카의 세상에 사랑과 희망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제가 표현하는 이번 시즌의 오스카가 주변 인물들에게, 관객분들에게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대 빌리에서 이번 연극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로 거듭나게 된 천우진은 “이 작품에서 움직임은 인물간 부재한 대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배우와 무대를 매개해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빌리 엘리어트> 공연 때 안무를 다루는 무대를 경험했었는데, 그때는 고강도의 훈련으로 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은 섬세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서정성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정근은 ”하칸이 이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시간은 짧지만, 그 이면에 쌓인 개인의 역사는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오스카와 일라이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하칸에게도 오래 전에 그런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하칸은 계속 사랑하고 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는 데서 오는 혼란과 자괴감이 있을 것“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현준은 ”<렛미인>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각자의 마음 안에 있는 불씨를 알아봐 주느냐에 대한 이야기인데, 하칸은 사랑을 위해 그 불씨를 기꺼이 태우는 사람이다. 외로움을 견디면서도 사랑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하칸이라는 인물을 표현했다.

 

연극 <렛미인>은 오는 8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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