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작품에 끌려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야지'라고 의도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에 가깝죠."
뮤지컬 <렘피카>는 시대를 앞서간 폴란드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욕망과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202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로드웨이에서부터 작품을 이끌고 있는 연출가 레이첼 채브킨이 이번 국내 초연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레이첼 채브킨은 <렘피카>에 대해 "굉장히 독특한 뮤지컬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삼각관계가 있는데, 깊이 있는 드라마와 관계성을 솔직하게 담아낸다"고 설명하며 "<렘피카>의 삶 전반을 압축해서 무대에서 보여준다. 다만, 역사적 상황은 방대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몇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대신 라파엘라와의 관계성을 확장시켜 보여준다. 역사적인 상황보다는 타마라의 감정적 변화와 여정에 집중해서 보시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 대전의 격변기 속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이어간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 역은 김선영, 박혜나, 정선아가 맡는다. 렘피카의 매혹적인 뮤즈 라파엘라 역에는 차지연, 린아, 손승연이 캐스팅됐다. 레이첼 채브킨은 "이 작품에 스타 여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다. 이렇게 여성이 중심에 있는 공연이 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들의 사뭇 다른 모습, 훨씬 용기 있으면서도 절박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렘피카>가 브로드웨이에 이어 한국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것에 대해서는 "제 2의 인생이 한국에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고 표현했다. <렘피카>는 2024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무대디자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레이첼 채브킨은 "어떠한 예술 작품이든,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진 후에야 사람들이 작품에 담긴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렘피카>의 중심에는 여성 인물이 있고, 전형적인 영웅, 악당, 남성 캐릭터가 없다. 그 지점을 브로드웨이의 평단과 관객이 낯설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2021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하데스타운>도 레이첼 채브킨의 연출작이다. 그는 2019년 <하데스타운>으로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여성 연출가가 단독으로 해당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레이첼 채브킨 연출은 "여성 연출가의 상황이 아직까지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직도 연출이 여성인지, 남성인지에 따라 투자받는 금액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 아직 평등이 멀게 느껴진다. 빠른 시일 내에,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데스타운> 한국 초연 당시, 출산을 앞두고 있어 한국 공연 연습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그는 워킹맘으로서의 생각도 전했다. 레이첼 채브킨은 "일과 가정 생활 두 가지를 동시에 소화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공연 업계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주말에 일을 하지 못하는 대신 다른 시간에 대체 근무를 하겠다고 요구해야 한다. 다만 그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가 먼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보다 힘이 약한, 이제 막 시작하는 여성 연출가들은 더더욱 요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가 앞장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레이첼 채브킨은 "<렘피카>가 한국에서 초연된다는 사실이 흥분된다. 두 번째 프로덕션이 작품의 일부가 될 정도로 중요한 경우가 있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 한국에서 재탄생되어 설렌다."고 한국 관객을 만날 날을 앞둔 설렘을 표현했다.
뮤지컬 <렘피카>는 오는 3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NOL씨어터 코엑스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