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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명작 뮤지컬의 이해 강좌 <스위니 토드> [NO.98]

정리| 이민선 2011-11-08 4,664

박천휘 번역가에게 듣는 명작 뮤지컬의 이해

손드하임의 음악 세계를 만나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이름 앞에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는 뮤지컬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손드하임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의 신봉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그의 작품은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많지 않은 손드하임의 작품 중에 단 한 번의 상연으로 강력한 마니아를 양산한 <스위니 토드>에 대해, 손드하임의 팬을 자처하며 국내 주요 라이선스 뮤지컬 번역가와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천휘가 손드하임에 대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속속들이 이야기해주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 세계
<스위니 토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스티븐 손드하임에 대해 알고 가자. 1930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손드하임은 피아노를 치는 아버지를 통해 어려서부터 음악을 접했지만 체계적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은 없고 뮤지컬보다는 영화광으로 자랐다. 하지만 어머니의 적극적인 인맥 넓히기 노력에 따라 이웃에 살았던 오스카 해머스타인을 만나게 되었다. 리처드 로저스와 콤비를 이루며 북 뮤지컬을 창시한 사람으로 알려진 유명한 작곡가를 양아버지처럼 생각하며, 손드하임은 10대 때부터 해머스타인으로부터 뮤지컬 작법을 사사했다. 손드하임은 브로드웨이 역사상 첫 번째 10대 작곡가가 될 꿈에 부풀어 자신이 쓴 작품을 해머스타인에게 내밀며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길 바랐는데, 해머스타인이 솔직하게 자신이 읽은 최악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는 일화가 있다. 해머스타인은 손드하임의 재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고 덧붙이며, 그가 쓴 작품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꼬집어주었다고 한다. 덧붙여 네 가지 뮤지컬을 써볼 것을 권유했는데, 첫째 좋아하는 희곡을 뮤지컬로 각색할 것, 둘째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뮤지컬로 옮기면 좋을 만한 희곡을 뮤지컬로 각색할 것, 셋째 희곡이 아닌 다른 장르의 원작을 뮤지컬로 바꿔 써볼 것, 넷째 온전한 창작 뮤지컬을 쓸 것. 손드하임은 해머스타인의 조언에 따라 실제로 다양한 습작 경험을 거쳤다.


손드하임은 스스로 자신은 작곡가가 아닌, 노래라는 형식을 빌린 극작가라고 말하곤 했다. 뮤지컬에서 노래는 대사, 곧 등장인물의 말이라는 철학을 굳건히 지켜나갔다. 뮤지컬 음악은 반복이 굉장히 많고, 반복의 힘에서 구조가 생기고 그 익숙함에 힘입어 드라마를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이 같은 톤으로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듯이, 손드하임의 음악에도 반복은 있지만 단 한 번도 똑같은 반복은 없다. 그는 철저하게 계산적인 멜로디를 썼고 쉬운 반복을 피했다. 손드하임에게 뮤지컬 음악은 무대를 위한 것이지 감상용이 아니었다. 극에 종속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공연에서 들어야 한다. 손드하임은 극을 위한 음악이 너무 쉽고 듣기 편해서만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화음과 불협화음, 정박과 변박의 오가며, 음악에서 긴장과 이완의 효과를 주었던 것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순차 진행과 도약 진행을 반복하고, 새로운 멜로디와 반복되는 멜로디, 또 느린 리듬과 빠른 리듬을 섞어 쓰며 변화무쌍한 음악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결말을 알 수 없는 드라마처럼 예상할 수 없다. 뮤지컬 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없어 그야말로 뮤지컬이 황금기를 이루었던 시절에 비하면, 손드하임이 뮤지컬 음악에 대해 가진 철학이 뮤지컬을 골짜기로 숨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해머스타인과 로저스 콤비가 이끌었던 북 뮤지컬은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것이었으나, 후에 손드하임은 여기서 한발 나아간 컨셉 뮤지컬로 좀 더 현대적인 색깔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1970년대에 손드하임은 해롤드 프린스와 콤비를 이루어 <컴퍼니>, <폴리스>, <퍼시픽 오버추어>, <스위니 토드>, <메릴리 유 어롱>, <리틀 나이트 뮤직>을 만들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탄생과 음악적 특징
<스위니 토드> 속 이야기는 영국의 민담으로, 실화라는 설도 있다. 1847년에 멜로드라마의 형식으로 공연되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멜로드라마는 신파극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선악 구별이 아주 분명하고 결말이 뻔한 통속적인 복수극이 멜로드라마의 주를 이루었다. 1973년 영국에서 크리스토퍼 본드가 이 민담을 소재로 만든 연극을 손드하임이 보게 되었다. 이 공연은 현대화된 신파극으로, 원작에서는 마냥 나쁜 놈이었던 등장인물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준 소극(Farce) 형태를 띠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영화광이었고 히치콕의 영화 음악을 맡았던 버나드 허먼을 좋아하며 서스펜스 스릴러를 즐기던 손드하임은 이 연극을 뮤지컬 스릴러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극의 원작자를 찾아가서 뮤지컬 제작을 제안하고, 손드하임과 해롤드 프린스는 함께 뮤지컬 제작에 착수한다. 하지만 이 연극을 보지 못한 해롤드 프린스는 이미 무성 영화로도 발표됐고 영국에서 유명한 민담인데다가 B급 정서가 흐르는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손드하임은 B급 정서의 코믹극이 아닌 진지한 작품으로 만들기 원했고 프린스를 설득했으나, 작품에 대한 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손드하임은 개인의 병적인 집착에 포커스를 맞추어 해괴하고 진지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고, 해롤드 프린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았다. 산업 혁명 시대의 폭압과 광기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상황을 보여주자는 것. 프린스는 사회 복지 개념이 형성되기 전에 돈의 논리로만 돌아가던 시대의 무기력과 분노를 표현해보겠다는 의지로 이 작품에 합류했다.


<스위니 토드>의 서곡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시작된다. (파이프 오르간이 없는 곳에서는 앞부분이 생략되곤 한다.) 음악이 웅장하면서도 묵직한 공포감을 조성한다. 작품 내내 호각 소리를 많은 부분에 배치시켰는데, 이는 관객이 보고 있는 현실이 이야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장치로 활용됐다. <스위니 토드>에서는 종종 제 4의 벽을 허무는데, 스위니를 연기하는 배우가 ‘칼을 들어라 스위니’ 식으로 자신에게 말을 한다든가 그리스식 코러스를 통해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곤 한다.


손드하임은 모든 등장인물에게 테마가 되는 멜로디를 주었다. 각각의 테마는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단 한 번도 똑같은 반복이 아닌 변주로 들려진다. <스위니 토드>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분노의 테마는 산업 혁명 시대의 공장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 소리처럼,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의 멜로디는 ‘The Ballad of Sweeney Todd’의 첫마디에 등장하는데, 이후에 같은 멜로디를 거꾸로 뒤집어 재생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등의 방식으로 스위니의 분노를 표현한다.


스위니가 15년간 유배를 다녀온 후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한 바보 같은 이발사와 그의 아내(a foolish barber and his wife)’에 대해 노래한다. 이 부분 역시 앞서 말한 멜로디의 느린 버전인데, 스위니가 처한 운명의 비극에 대해 손드하임이 처음부터 전조를 깔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스위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후, 나중에 러빗 부인이 같은 멜로디로 이발사와 그의 아내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노래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위니가 아내였던 거지 여자를 죽이고 나서 ‘한 이발사와 아내가 있었지’라고 노래하는데, 전혀 다른 맥락에서 같은 가사와 멜로디가 세 번 반복됨으로써 ‘한 바보 같은 이발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무게감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손드하임은 스위니의 테마인 멜로디의 반복적인 변주를 통해, 캐릭터의 일관된 감정을 전하고 음악의 극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더뮤지컬> 명작 뮤지컬 강좌 안내
7월 10일 |  <맘마미아> 김문정 음악감독
7월 24일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이지나 연출가 
8월 21일 | <에비타> 박병성 편집장 
9월 4일 | <오페라의 유령> 원종원 평론가
10월 9일 | <스위니 토드> 박천휘 번역가
11월 6일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지혜 작곡가
12월 18일| <컴퍼니> 조용신 평론가 
 문의 및 접수 02) 546-3614 tm@themusical.co.kr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8호 2011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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