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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eyond Lyrics]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 [No.122]

글 |송준호 사진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2013-11-14 5,628

살아있는 삶을 위한 꿈의 찬가 THE IMPOSSIBLE DREAM

 

 

 

 

세상에는 수많은 돈키호테 이야기가 있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이 나온 후 400년 동안 연극·영화·무용·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되며 해석의 폭은 점점 더 넓어졌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역시 이 아우라 넘치는 원작을 각색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시대착오적인 몽상가의 모험담이었던 돈키호테 이야기를,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자아 찾기로 변주한 것이다. ‘지금 꿈꾸고 있는가’로 대변되는 뮤지컬의 캐치프레이즈는 마치 흔한 자기 계발서의 한 구절 같지만, 그럼에도 울림을 주는 것은 그것이 현실에 안주한 이들에게 찰나의 경각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꿈꾸기를 허락하지 않는 삭막한 사회에서 개인은 꿈을 포기한 채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거대한 풍차를 향해 돌진할 수밖에 없다. 이때 돈키호테는 후자의 태도를 구체화한 매력적인 은유가 된다.


<맨 오브 라만차>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하며 뮤지컬만의 독립적인 예술성을 획득했다. 이 모든 것은 작가 데일 와서맨의 다른 시각에서 시작됐다. 기존의 돈키호테 이야기는 철저히 그의 기행에 초점을 맞추며 정신나간 듯한 행동을 희화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와서맨은 세르반테스를 돈키호테의 세계에 끌어들여 새 판을 짰다. 열악한 삶을 살면서도 지치지 않고 타락한 현실을 공격했던 세르반테스에게서 돈키호테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가 만드는 극중극은 기존 『돈키호테』의 세계보다 훨씬 더 중층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알론조 기하나와 돈키호테의 극중극과 세르반테스의 공간은 영화 <인셉션>의 세계처럼 치밀하게 상호작용한다. ‘라만차의 사나이’, ‘둘시네아’, ‘이룰 수 없는 꿈’ 등 특정 넘버들이 계속해서 리프라이즈되는 것도 이처럼 상황이나 정서를 모두 다르게 설정한 구성으로 인해 가능했다.

 

이런 구조를 통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와 ‘현실을 넘어 꿈꾸는 태도’의 대립이다. 극 속에서 세르반테스는 감옥의 죄수들과 관객 모두에게 이 두 태도를 보여주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돈키호테가 맞닥뜨린 현실에서 꿈을 좇는 태도는 처절하게 실패하지만,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꿈을 꾸어야 하는가’를 돈키호테의 최후를 통해 보여준다. 마치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이 미친 게 아니라, 꿈꾸기를 포기한 것이 진짜 미친 것’이라는 듯이. 그리고 이러한 세르반테스의 생각이 집약된 것이 이 작품의 대표곡인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To dream the impossible dream
싸움 이길 수 없어도   
       To fight the unbeatable foe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To bear with unbearable sorrow

길은 험하고 험해도   
       To run where the brave dare not go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To right the unrightable wrong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To love pure and chaste from afar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To try when your arms are too weary

힘껏 팔을 뻗으리라  
      To reach the unreachable star

 

 

돈키호테에게 ‘둘시네아’로 호명되는 알돈자는 왜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냐고 그에게 타박하듯 묻는다. 이때 돈키호테가 화답하는 노래가 이 곡이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Impossible’, ‘Unbeatable’, ‘Unbearable’, ‘Dare Not’ 등 온갖 종류의 ‘불가능한 것’들로 시작되는 노래는 꿈을 좇는 삶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돈키호테의 의지가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 단락 역시 첫 단락과 마찬가지로 기사의 사명에 관한 내용이지만, 번안 과정에서 첫 단락을 마무리하는 술어부로 다듬어졌다. ‘거리의 여자’ 알돈자에 대해 ‘Pure(순수한)’나 ‘Chaste(순결한)’처럼 ‘숙녀용’ 어휘가 사용된 것은 인간의 순수한 본질에 대한 돈키호테의 성찰이 담긴 부분이다.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This is my quest to follow that star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No matter how hopeless no matter how far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To fight for the right without question or pause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To be willing to march into hell for a heavenly cause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And I know if I`ll only be true to this glorious quest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That my heart will be peaceful and
      calm when I`m laid to my rest

 

 

‘That Star’가 가리키는 것은 돈키호테의 꿈, ‘기사도’라고 할 수 있다. 돈키호테에게 기사도의 의미는 하늘이 준 운명에 다름없는데, 이는 ‘나에게 주어진 이 길’로 번역된 ‘Heavenly Cause’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 운명에 따라 살 수만 있다면 ‘기꺼이 지옥으로 들어가겠다(To be willing to march into hell)’는 구절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다음 단락의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는 바꿔 말하면 ‘후회 없이 죽으려면 꿈을 따라 살아야 한다’라는 돈키호테의 굳건한 의지를 또 한번 강조하는 표현이다.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And the world will be better for this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That one man scorned and covered with scars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Still strove with his last ounce of courage

가네 저 별을 향하여   
       To reach the unreachable star!

 

 

곡의 마지막에서 돈키호테는 이런 태도로 인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남은 용기를 짜내 닿을 수 없는 꿈을 좇겠다는 노래의 끝 부분은 관객에게 ‘살아있음’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우스꽝스럽고 타자화된 캐릭터였던 돈키호테는 이 작품에서 죽을 때까지 꿈을 향해 전진하는 치열한 도전 정신의 상징으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충분조건을 환기시키는 이런 해석이야말로 뮤지컬 버전이 이룬 최고의 성취라고 할 만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2호 2013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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