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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문종원의 인생 그래프 [No.153]

글 |안세영 2016-06-14 5,295

나를 증명하는 무대


작품마다 선 굵고 강한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문종원. 그중에서도 재연 때마다 함께해 온 <노트르담 드 파리>의 클로팽은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올해는 클로팽과 콰지모도로 번갈아 재연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 대한 애증 속에서 방황하던 시간을 지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그의 지난 여정을 돌아보았다.





배우 인생의 밑거름  <갓스펠>
“2006년 <갓스펠>에서 예수를 연기한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학교 교수님이 올리는 공연에 졸업 공연을 겸해 참여했는데, 그때처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공연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작품에 동화되어 매일 울면서 공연을 올렸죠. 공연에 그런 힘이 있다는 걸, 배우가 할 만한 일이라고 깨달은 것도 그때였어요. 그런데 공연 마지막 날, 불의의 사고가 터졌어요. 막내 스태프가 세트를 철거하다 눈을 찔리고 만 거예요. 먼저 쫑파티 장소에 와있던 저와 다른 배우들은 그 소식을 듣고 얼어버렸죠. 그때 시간이 11시였고, 저희는 매일 같은 시간 그 친구가 시력을 되찾도록 기도하기로 약속했어요. 기도 덕인지는 몰라도 기적적으로 실명은 면했다고 하더군요. 그 일을 계기로 매일 밤 11시 알람을 맞춰놓고 기도를 올리는 습관이 생겼어요. 기도 내용은 늘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저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마음의 고향  <노트르담 드 파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제가 뮤지컬 배우로서 크게 한 발 나아가게 해준 작품이에요. 전작 <맨 오브 라만차>에서 삭발을 하고 페드로를 연기했는데, 그때의 강한 이미지 덕분에 클로팽 오디션을 보게 됐죠. 오디션 말미까지 클로팽을 못 찾아 고심하고 있던 제작진은 제가 나타나자 축제 분위기가 됐어요. 국내에서 생소한 클로팽의 음역대가 저한테는 딱 맞았거든요. 그렇게 초연에 합류한 뒤, 세 달 가까이 연습에 전념했죠.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드레스 리허설을 한 달씩 하면서 체계적으로 실력을 닦았어요. 클로팽의 성격도 제게 잘 맞았어요. <노트르담 드 파리>는 무엇보다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중에서 클로팽이 보여주는 사랑은 내 핏줄, 박해받는 자들에 대한 사랑이에요. 이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동시에 보호하는 존재가 바로 클로팽이죠. 저 또한 항상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살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에, 클로팽으로 무대에 서는 건 제 인생을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나를 온전히 쏟아낼 수 있는, 고향 같은 작품이죠.”




고통과 영광의 순간 <레 미제라블>
“무대에서 강하거나 악한 역할을 계속 맡다 보니 평상시에도 감정의 여파가 남아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결국 <조로> 때 증세가 악화돼, 차기작이었던 연극 <됴화만발>에서 하차하고 말았죠.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수렁에 빠져있던 그때 <레 미제라블> 오디션 공고가 떴어요. 그걸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태 공연계에서 강한 악역을 도맡아 왔는데, 그 정점에 있는 자베르 역은 도전해 보고 끝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붙은 거죠. 힘들었지만 장기간 원 캐스트로 공연하면서 제 연기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공연 기간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거든요. 이 작품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이때 받은 트로피는 당시 암 투병 중이던 팬에게 선물했어요. 지금은 그 팬의 납골당에 있을 텐데, 상을 받아서 그렇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올 댓 문종원 <올 댓 재즈>
“배우 일을 하다보면 내가 역할인지 역할이 나인지 모를 만큼 동화되는 때가 있어요. 제게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클로팽과 <올 댓 재즈>의 유태민이 바로 그런 역할이었죠. <올 댓 재즈>의 주인공 유태민은 최고의 댄서였다가 다리를 다친 뒤 세계적인 안무가로 재기하는 인물이에요. 안무가 서병구 선생님의 첫 연출작이었는데, <아이다> 때 선생님과 맺은 인연을 계기로 주인공을 맡게 됐죠. 선생님과는 전부터 유난히 마음이 잘 맞았어요. 선생님이 춤을 못 추는 저를 위해 유태민의 댄스 장면을 줄이면서까지 함께하려고 애써 주셨죠. 대본과 음악도 초반부터 저와 선생님이 함께 논의하면서 완성해 나갔어요. 거의 모든 대사를 제 생각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태민 역은 꼭 제 자신 같아요. 어딘가 삐뚤어진 사람의 사랑 이야기란 점까지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그야말로 ‘문종원스러운’ 공연이었어요.”





다시 찾은 무대의 기쁨 <블러드 브라더스>
“<레 미제라블> 이후 많은 작품이 들어왔지만, 저의 방황은 계속됐어요. 당분간 뮤지컬을 접고 다른 장르에서 기반을 닦자는 생각으로 소속사를 옮기고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죠. 그런데 막상 떠나 있으니 무대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블러드 브라더스>도 그런 갈증 때문에 한 작품이에요. 제가 맡은 내레이터 역은 대본상 등퇴장 시점이 정해져 있지 않고 완전히 배우 맘대로였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었어요. 연습실에서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안 저는 자유롭게 들어갔다 빠졌다 하면서 좋은 등퇴장 시점을 찾았죠. 또 그때 글렌 월포드 연출님이 배우들에게 해준 말씀이 있어요. ‘삶 자체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다’ 그 얘길 듣고 정신이 번쩍 났죠. 제 삶의 힘든 순간도 즐거운 순간도 돌아보니 모두 무대 위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힘든 것조차 지나고 보니 즐거움의 일부였더라고요. 결국 여러 부침을 겪으며 무대를 향한 제 열망은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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