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NUMBER BEHIND] 박용전 작곡가의 <오디션> [NO.168]

정리 | 나윤정 2017-09-26 4,816

<오디션>의 뮤지컬 넘버들은 조금 특별해요. 몇 곡은 작품을 위해 쓴 것이지만, 제가 20대 때 쓴 곡들이 많이 담겨 있거든요. 그 시절 울고 웃던 경험을 풀어낸 노래, 밴드 복스팝 활동을 하며 만든 노래들이 작품을 이루고 있어요. <오디션>은 한마디로 저의 20대를 정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내일을 믿어요  

<오디션> 대본을 다 써 놓고 고민했어요. ‘노래부터 시작할까? 대사부터 시작할까?’ 그러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만든 작품의 오프닝 곡이에요. 사실 ‘내일을 믿어요’라는 게 어법상으론 안 맞는 말이에요. 뜻도 막연하죠. 하지만 그 시절 제가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일밖에 없었어요.계속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죠. 기타 연습을 할 때, 하루 동안 죽어라고 연습해도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에요.심지어 연습이 끝날 때쯤엔 기타를 더 못 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손도 피곤하니까요. 그러다 기타 스탠드에 악기를 세워놓는 순간 신기한 일이 생겨요. 다음 날이 되면 연주 실력이 조금 늘어 있거든요. 이런 경험처럼 오늘 열심히 살았으니까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란 이야기를 담은 노래에요.



헤어진 연인들을 위한 행동 지침  

이 곡은 20대 때 만든 곡이에요. 첫사랑과 헤어진 경험을 여자 버전으로 써본 거예요.그리고 이 곡은 쌍둥이 노래가 하나 있어요. 똑같은 코드 진행으로 만든 ‘나에게’란 곡이죠. <곤 더 버스커>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기도 해요. 이 곡과 ‘나에게’를 연결해서 들어보시면, 두 곡이 쌍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고기예찬  

‘고기예찬’은 고기 먹는 장면을 재밌게 그리고 싶어 전략적으로 만든 곡이에요. 작곡하기 전에 우선 인터넷 검색을 하며, 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찾아봤어요. 다들 방금 내가 뒤집은 고기를 누군가 또 뒤집으면 화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육즙이 빠지잖아요. 그리고 먼지 많은 날이면 고기가 생각난다는 사람도 많았죠. 이런 것들을 가사에 재밌게 풀어냈어요. 요즘 수입 고기가 많은데, 국내산 돼지고기의 우수성도 알리고 싶었죠. ‘재미’에 방점을 두려고 노력한 곡이랍니다.



좋아서한다   

2015년에 만든 곡이에요. 처음 <오디션>을 만들던 시절이 아닌 지금 친구들의 고민과 생각을 담고 싶어 추가하게 되었죠. 요즘 세상이 기승전취업이잖아요. 청년들을 압박하는 취업에 대한 고민.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배우들에게 ‘너는 좋아하는 일 하고 있어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몇 곱절 힘들어도 견디는 거거든요. 예술을 전공해서 대학을 졸업했는데, 막상 필드에 나오니 할 일이 너무 적고 최저 시급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해요. 늦은 밤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즉석에서 흥얼거리며 가사를 만들어서 30분 만에 곡을 썼어요. 이 작품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작곡한 노래기도 해요. 올해 최저 시급이 올라 가사가 바뀌었는데, 더욱 좋은 세상이 되어서 많은 부분의 가사가 바뀌길 바라고 있어요.



돌고래  

20대 중반에 녹음실을 크게 차렸다가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됐어요. 빚을 해결할 방법을 찾다 결국 강남 유흥업소에서 기타를 치게 됐어요. 대기실이 너무 작아서 6명이 겨우 앉을 수 있었어요. 스물다섯 살에 뮤지컬 데뷔를 했을 때는 민망하게도 천재 탄생이란 호평을 받기도 했거든요. 그러다 유흥업소에서 기타를 치게 되니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더라고요. 당시 대기실에 앉아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가 바로 ‘돌고래’에요. 작품에서는 병태가 선화를 위로해줄 때 부르는 곡이 되었죠. 제목이 ‘돌고래’인 이유는 제가 워낙에 동물을 좋아해요. 특히 돌고래, 갈매기, 기린이요. 그중 돌고래는 왠지 마음이 통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회기동  

이 곡은 꽤 오래전에 만들었어요. 1994년에 첫사랑을 만났고 1997년에 헤어졌거든요. 3년간의 첫사랑을 끝내고 당시 제가 했던 행동들을 고스란히 가사에 담아냈죠. 그땐 첫 이별이라 정말 힘들었어요. 심지어 친구들이 저를 보고 이대로 내버려두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실제로 이 곡을 쓴 건 5년 여의 시간이 흐른 후였어요. 그 시절 연애가 끝났을 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써내려갔죠. 첫사랑의 집이 정릉이었거든요. 노래 제목을 정릉으로 지을 순 없어서 말장난을 좀 쳤죠. 돌아올 회, 바랄 기, 아이 동을 써서 회기동이란 제목을 만들었어요. 돌아오기를 바라는 아이라는 뜻을 담은 거죠.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ver.2’

작품의 엔딩을 써야 하는데 고민이 됐어요. 먼저 밴드 복스팝이 처음 모여 합주실을 만들고 추억을 나누었던 순간들을 가사로 써두었는데요. 막상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극명하게 한 줄로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하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시절 저는 오토바이를 좋아했어요. 하루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작업실에서 자고 있는데 밖이 시끄러운 거예요. 창밖을 내다보니 어떤 아가씨가 주차를 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주차를 해주고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더라고요. 잠이 안 와서 오토바이를 타고 팔각정으로 드라이브를 갔어요. 2월이라 날씨가 너무 춥더라고요. 그러다 오토바이 엔진에 손을 녹이니 정말 따뜻했어요. 이 쇳덩어리도 엔진을 달고 뜨겁게 열을 내며 달리는데, 내 삶의
엔진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 끝에 꿈을 꾸고 있다는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이 곡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tip
대부분의 곡들에 드럼이 나와요.
자세히 들어보면 밴드 음악이 드럼 위에 쌓이고 있거든요.
쿵따쿵쿵따! 드럼 소리에 맞춰 그루브 타듯
음악을 들으시면 한층 즐거울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8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