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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ASTERPIECE] 부산에서 먼저 만난 <오페라의 유령> [No.196]

글 |박보라 사진제공 |S&CO 2020-01-23 5,149

부산에서 먼저 만난 <오페라의 유령> 



더 가볍고 빨라진 샹들리에
1986년 영국에서 탄생한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까지 전 세계 1억 4천만 명이 관람하며 여전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뮤지컬이다. 지난 2012년 내한 공연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오리지널 투어인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한 까닭은 2001년 한국 초연 이후 처음으로 부산에서 공연하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오리지널 작품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0년이 넘도록 내용과 음악, 무대 연출에 변화가 거의 없는 대신 여러 기술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더욱 완벽한 공연으로 성장 중이다.  

이번 투어의 협력 연출가 라이너 프리드는 “과거에는 샹들리에 장면의 연출을 위해 공연장의 구조적인 부분을 바꿔야만 했다.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어느 극장에서든 동일하게 샹들리에 연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라이너 프리드가 말한 것처럼 이번 프로덕션의 가장 큰 변화는 프로시니엄 무대 상부에 매달린 거대한 샹들리에다. 무대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의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한 샹들리에는 작품에서 가장 상징적인 무대 장치 중 하나다. 오프닝 장면에서 무대에 있는 샹들리에가 위로 서서히 올라가고,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앞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관객에게 두고두고 회자된다. 객석 1열 위 약 12.5미터의 높이에 있는 샹들리에는 프로시니엄 무대 위에 고정된 도르래와 두 개의 무게 추에 의해 조정된다. 샹들리에와 추를 이은 철 케이블을 이용해 정확하게 위치를 조절하는데, 도르래의 철 케이블이 풀리면서 객석 위에 있던 샹들리에가 곡선을 그리며 무대 앞으로 떨어진다. 이번 시즌의 샹들리에는 내부 프레임을 알루미늄으로 교체하고, 외부 장식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샹들리에의 전구는 수명이 긴 LED를 사용하는데, 이는 배터리로 작동이 가능하다. 또 6천 개가 넘는 비즈를 달아 화려함을 더했다. 기존 샹들리에보다 가벼워진 샹들리에는 바닥으로 떨어질 때 무게의 부담이 줄었다. 보통 샹들리에의 하강 속도는 샹들리에의 무게와 프로시니엄 무대의 건축 구조를 고려해 정해진다. 이번 공연에서 사용되는 새 샹들리에는 기존보다 하강 속도가 약 1.5배가 빨라져 1초에 3미터의 속도로 낙하할 수 있다. 참고로 오프닝 장면에서 샹들리에가 천장을 향해 올라가는 속도는 멜로디 반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모든 프로덕션에서 동일하다. 

이런 기술적인 발전은 그동안 프로시니엄 무대 상단에 도르래와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는 구조로 인해 공연장 선정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키가 됐다. 실제 지난 2001년 국내 라이선스 초연은 이러한 문제로 LG아트센터의 극장 구조를 변경한 후에야 공연할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된 무대 기술로 앞으로는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새로운 변화, 새로운 장소, 새로운 목표
<오페라의 유령>의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장면 연출에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유령을 피해 오페라하우스의 지붕으로 도망친 크리스틴과 라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All I Ask You’를 부르고, 유령이 두 사람을 지켜보며 분노하는 장면이다.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무대 가운데로 유령이 탄 천사상이 앞쪽으로 서서히 등장한다. 또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유령이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주었고, 유령에게만 조명을 비춰 관객이 그의 몸짓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라이너 프리드는 “이 장면은 샹들리에가 떨어지기 직전 상황으로, 새롭게 바뀐 연출로 인해 유령의 등장이 더욱 강렬해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의 월드 투어의 첫 시작은 부산이다. 프로덕션 팀은 입을 모아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됐던 많은 공연장 중 가장 좋은 극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정식 개관한 만큼 작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요소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오페라의 유령>의 아름다운 음악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켰다는 평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에서 다섯 번의 시즌을 거치며 누적 관객 100만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단일 공연으로 최다 관객의 기록을 세웠다. 제작사 S&CO의 신동원 대표는 “단일 공연 100만 관객이라는 수치는 정말 놀랍지만 아직도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할 수 있는 잠재적인 관객이 많다. 작품이 지닌 훌륭한 요소들을 계속 유지해 천만 관객이 <오페라의 유령>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드림씨어터 둘러보기
부산 드림씨어터에는 <오페라의 유령>의 매력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1층과 2층의 포토존은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1층의 포토존은 흑백 글리터링 효과를 준 유령의 마스크가, 2층의 포토존은 강렬한 레터링으로 디자인되어 포토 스팟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곳은 바로 화장실이다. 공연장 1층과 연결된 지하 화장실은 <오페라의 유령>을 상징하는 붉은 장미로 장식됐다. 계단부터 파우더룸까지 곳곳에 숨겨져 있는 붉은 장미와 여러 소품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미리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화장실의 데코레이션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관객이 많다. 또 1층 로비에 패션디자이너 한현민이 한국의 야생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유령의 마스크가 전시돼 있어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공연장 2층의 로비에는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전권이 구비되어 자유롭게 잡지를 읽을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과 관련된 알짜배기 내용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더뮤지컬> 속 <오페라의 유령>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1층 로비 정문을 열고 나오면 보이는 시즌 카페는 겨울 시즌을 공략하는 메뉴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변 카페와 달리 부산 어묵과 주먹밥을 판매하는데, 가격도 5천 원 미만으로 저렴해 공연 전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 좋다. 여러 번의 테이스팅을 거쳐 엄선된 부산 어묵과 직접 우려낸 어묵 국물이 최고라는 평.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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