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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ETTER] 나의 최고의 창작 파트너에게 [No.217]

글 |성종완 작가, 김은영 작곡가 사진 | 2022-10-17 313

나의 최고의 창작 파트너에게

성종완 × 김은영 첫 번째 편지

 

To. 최고의 창작 파트너 김은영 작곡가님

 

작곡가님, 안녕하세요?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고받는 사이에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쑥스럽고 어색하네요.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어요. 
아, 정말 세월이 야속합니다! 처음 만났을 땐 우리 둘 다 푸릇푸릇했는데 말이죠. 하하하.

우리는 <점점>이라는 창작뮤지컬에서 음악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죠.

그런데 지금은 둘도 없는 창작 파트너가 되어 많은 작업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니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찬찬히 꼽아보니 우리는 지금까지 9개의 작품으로, 19번의 프로덕션을 함께했더라고요.

작가와 작곡가로는 <사의찬미> <문 스토리> <웨스턴 스토리>를 함께 만들었고, 연출과 음악감독으로는 위의 세 작품에 더해 <정글 피쉬> <온에어-야간비행> <비스티 보이즈> <배니싱> <경종수정실록> <박열>까지…

이 정도면 앞으로 ‘최불암과 김혜자’ 혹은 ‘남경주와 최정원’ 같은 장수 콤비가 되겠어요. 하하하.

 

우리의 역사는 <사의찬미>에서 시작됐죠.

자랑스러운 첫째 <사의찬미>가 어느덧 올해 열 살이 되었고, 관객분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네요.

<사의찬미>는 사실 처음부터 사랑받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던 초연은 서사도 지금보다 불친절했고, 어둡고 괴상한 분위기의 작품이었어요.

당시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 이게 무슨 작품이야?”였죠.

그런데 우리는 <문 스토리>나 <웨스턴 스토리>를 발표했을 때도 똑같은 말을 들었잖아요.

제각기 뉘앙스는 달랐지만. 

 

그러고 보면 우린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 형식, 장르에 끌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만든 작품에는 똑같은 의문형 반응이 뒤따르는 게 아닐까 싶고요.

저는 저 스스로를 ‘철저한 비주류 감성’이라고 규정했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낯설고 새로운 것들에 끌릴 거예요.

작곡가님은 한쪽으로 치우친 제 감성에 다채로움을 더해주는 최상의 파트너예요.

저의 비주류 감성을 때로는 깊게, 때로는 부드럽게 만들어주죠.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바탕으로, 제 거친 대본과 가사에 필요한 자양분을 공급해 줘요.

 

<사의찬미>의 대본에도 작곡가님의 아이디어가 많이 녹아 있어요.

관객들이 사랑하는 노래 중 하나인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원래 사내가 부르는 거였는데, 작곡가님의 제안에 지금의 장면이 탄생했죠.

장황하게 풀어낸 ‘죽음의 비밀’ 장면이나 ‘사내의 제안’ 장면을 압축하는 과정에서도 작곡가님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날개가 찢긴 한 마리 물새’, ‘그가 사라진 이후’, ‘완벽한 결말’ 등 재연에서 새로운 곡이 추가되는 과정에서도 작곡가님의 아이디어는 빛을 발했죠. 

 

작곡가님이 쓰는 곡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제가 작가이자 연출로서 장면을 구상하는 데에도 큰 영감을 줍니다.

그만큼 곡 안에서 드라마가 강하게 느껴지거든요.

가장 먼저 쓴 ‘그가 오고 있어’라는 곡을 듣고, <사의찬미>의 전체적인 톤 앤 매너를 구축할 수 있었어요.

작곡가님 덕분입니다. 

 

첫 번째 편지인 만큼 제가 그동안 느꼈던 작곡가님의 장점과 고마움에 대해 표현해 보았습니다.

사실 우린 사석에서도 늘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각별한 사이죠. 

앞으로도 변함없이 서로를 응원하고, 따로 또 같이 좋은 작품들 많이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럼 답장 기다릴게요.

 

From. 
최고의 창작 파트너가 되고픈 성종완

 

*

 

To. 
당연히 최고의 창작 파트너인 성종완 작가님께

 

첫 편지를 받고 옛 추억이 떠올라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해 뭉클했습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평소에 서로를 항상 격려하고 응원하는 각별한 파트너’에게 편지를 받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편지는 정말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마지막 문장에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어요.

‘최고의 파트너가 되고픈’이라뇨!

이미 당연히 최고의 파트너인데 그간 저의 표현이 부족하진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우리가 19번의 프로덕션을 함께했다니…!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된 이상 꼭 장수 콤비가 되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하하하.

우리가 함께 작업하는 동안 제가 작가님에게 많이 의지했던 거 아시나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는 작가님과 함께할 때 관객 여러분께 가장 사랑받은 것 같아요.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던 <사의 찬미>부터요.

 

“스펙트럼이 넓은 작곡가예요.”

 

기억하실까요?

<사의찬미>로 우리가 처음 인터뷰하던 날, 작가님이 저를 소개하며 해준 말이에요.

작곡가로서, 음악감독으로서 이렇다 내세울 게 없던 저에게 저 말이 마음에 콕 박혔어요.

작곡가로서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자존감을 깎아 먹고 있던 제게 큰 힘이 되었거든요.

그때부터 내 음악에는 나만의 장점이 있으니 작곡가로서 부족하다 여기지 말자고 생각했고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어요.

 

작가님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작가님의 가사를 만났을 때 곡이 제일 잘 써지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쓴 대본을 보면 저절로 곡이 떠올라요.

작가님은 제가 쓴 ‘그가 오고 있어’를 듣고 작품의 전체적인 톤 앤 매너를 정하셨다고 했지만, <사의찬미>의 음악적 색깔은 이미 대본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하나만 예를 들어보면 ‘난 그런 사랑을 원해’라는 곡의 무드는 “너와 김우진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알아? 온도야”, “난 찰나에 사는 사람이니까”라는 대사 때문에 나올 수있었는걸요. 

 

“대체 이게 무슨 작품이야?” 

 

맞아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낯설고 새로운 것에 끌리는 우리에게는 의문형의 반응이 따라왔어요.

저 역시 작가님이 규정하신 ‘철저한 비주류 감성’임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잘 통하는 걸까요.

작가님은 저의 황당한 아이디어도 잘 들어주시는 포용력이 있어요.

서툰 아이디어도 극적으로 재해석해서 구현해 내는 능력이랄까. 
작가님은 저에게 ‘창작’의 기쁨을 알게 해주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새로운 작품들이 정말 기대돼요. 

 

지금 우리가 준비하며 얘기 나눴던 작품들이 세상에 나올 때도 “대체 이게 무슨 작품이야?”라는 평가를 받을까요?

갑자기 작가님이 좋아하는 ‘완벽한 결말’에서 사내가 “모르지~”라고 하며 화성이 변하는 부분이 떠오르네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작품이 어떨지 “모르지~”만, 우진의 바람처럼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우리가 저는 정말 좋아요.

이 모습 변치 않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며 함께하고 싶습니다.

새삼스레 편지의 힘을 빌려 말하니 감사한 것 투성이네요.

 

“정말, 감사해요.”

 

From. 
언제나 든든한 창작 파트너가 되고픈 김은영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7호 2022년 10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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