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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④] 홍성원, 오래도록 살아 숨쉬기 위해

글 |이솔희 사진 |표기식 2025-05-12 770

2025 라이징 스타 특집_<봄을 닮은 얼굴들>

이토록 반짝이는 봄, 무대 위에도 다채로운 반짝임이 가득합니다. 꽃봉오리 터지듯 눈부신 가능성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지금 무대 위에서 가장 반짝이는 여덟 명의 배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꿈꾼 홍성원의 다음 목표는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관객들의 눈에 ‘질리지 않는’ 것이 곧 더 오랜 시간 동안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바로 ‘질려도 괜찮은 배우‘가 되는 것! 질릴 만큼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미다. 결국 그의 목표는 하나다. 평생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것 말이다. 

 

처음 배우라는 꿈을 품게 된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 앞에서 재롱 부리는 걸 좋아했어요. 개그 프로그램 따라 하는 것도 좋아하고, 엄마 앞에서 아빠 흉내 내고…. (웃음) 장난기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나요. 그 당시에 아버지와 주말마다 극장에 영화를 보러 다녔었는데, 그러면서 은연중에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었나 봐요.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된 후 우연히 연극부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 연기를 배우고, 공연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열심히 입시 준비를 해서 서울예대에 입학했고요.

 

학창 시절 성원 씨의 관심은 ’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네요. 그럼 뮤지컬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요?

사실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적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한 거죠. 대학 전공도 연기였고, 노래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었거든요. 저는 그냥 노래 듣고,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하는 학생일 뿐이었어요. 그저 배우를 꿈꾸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저희 학교와 협업을 해서 학생 앙상블을 뽑는다는 거예요. 경험을 쌓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그 덕에 뮤지컬의 매력을 크게 느낄 수 있었어요.

 

2022년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으로 정식 데뷔했어요. 이 작품은 어떻게 만났나요.

군악대를 다녀온 뒤에 부산에서 잠시 극단 생활을 했어요. 복학 전 1년 정도는 공연도 하고, 오디션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미드나잇> 오디션 공고가 올라와서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합격했어요. 그런데 극단 연극 연습과 <미드나잇> 연습 기간이 2~3주 정도 겹친 거예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오전에는 부산에서 공연 연습을 한 다음, KTX 타고 서울에 올라가서 저녁 연습을 하는 식으로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제가 <미드나잇>에서 처음 맡은 역할이 ‘플레이어3’이었거든요? 기타를 잘 쳐야 하는 역할인데, 전 그때까지 기타 연주가 서툴렀어요. 서울에서 <미드나잇> 악보를 받아 들고 기차 타고 부산에 내려가는데, 너무 막막한 거예요. ‘내가 감당할 수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기차 안에서 혼자 엉엉 울었어요. 그래도 사람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더라고요.(웃음)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독학으로 기타를 익혔고, 공연도 무사히 해냈어요. ‘플레이어3’ 역할을 마친 후에는 ’맨’ 역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요.

 

<미드나잇>으로 처음 무대에 섰던 날, 어떤 생각을 했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 되게 많이 했어요. ‘나 뮤지컬 배우 됐다’고. (웃음) 그만큼 뿌듯함과 자부심을 크게 느꼈었나 봐요. 내가 배우로서 첫발을 뗐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되게 보람찼거든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그때는 제가 배우라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에 가까웠잖아요? 그렇게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자신만만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도 자신감 넘쳤고요.

 

 

그렇게 고군분투했던 <미드나잇>이 벌써 3년 전이네요. 지난 3년 동안 쉴 새 없이 활동했더라고요.

시간이 금방 간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엄청 천천히 간 것 같은 느낌 뭔지 아세요? (웃음) 작품 하나하나 대본을 익히고, 연습하고, 공연했던 시간은 되게 천천히 흐른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3년이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그 시간들이 다 저의 피와 살이 돼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미드나잇> 다음으로 뮤지컬 <결투>에 출연했죠. 제게는 <결투>에서 보여준 성원 씨의 존재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미드나잇>이 끝나고 나니까 공허함이 크게 밀려오더라고요. 이제 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결투>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창작진분들이 좋게 봐주신 덕분에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연습이 시작된 후에 취선 역이 제게 주어졌는데, 취선 역이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1인 다역과 무술 연기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지만, 정말 즐겁게 공연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어요. 잊지 못할 작품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그 후로 정말 많은 작품을 거쳐왔죠. 그 중 성원 씨를 가장 많이 성장하게 만들어 준 작품을 꼽아보자면 어떤 작품이 떠오르나요.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연극 <맥베스>예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 작품이거든요. 우선 연습 과정에서 양정웅 연출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무대에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지, 소리를 어떻게 쓰고, 대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자세를 다시 한번 익혔어요.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시절을 영국에서 보냈거든요. 그래서 영국에서 공부했던 남윤호 형과 연출님, 세 명이 함께 셰익스피어 원문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배움을 얻은 것도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작품을 함께했던 황정민 선배님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 당시에 연습이 보통 오후 1시쯤 시작했는데, 황정민 선배님은 매일 오전 10시에 나오셨어요. 하루도 빠짐없이요. 혼자서 2시간 정도 대사 연습을 하신 후에, 다시 전체 연습을 시작하셨던 거죠. 그렇게 연습하시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고, 어떻게 연습하시는지 보고 배우고 싶어서 저도 그렇게 일찍 연습에 나갔던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때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저한테 많은 조언을 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가 한참 어린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제 앞에서 직접 연기를 보여주시면서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고, 제 의견도 반영하면서 연습하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연기에 진심인 분이시구나, 나도 저런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저한테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았어요.

 

 

이번에 만난 작품은 <개와 고양이의 시간>입니다. 랩터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랩터는 해맑고 유쾌하면서 성숙한 강아지 도베르만이에요. 인간이 아닌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동물적인 본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인간의 몸으로 동물의 역동적인 면모를 어떻게 표현할지, 동시에 랩터가 내적으로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지, 고양이 플루토와는 어떤 차이점을 보여주는 게 좋을지,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왔잖아요. 무대 위에서 한 인물로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제가 그 인물에게 가졌던 첫인상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그 첫인상을 중심으로 이 인물을 어떻게 해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점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편이에요. 캐릭터로 잘 살아있으면서도 작품 전체에서 내가 이 인물로서 해야 하는 몫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생각하려고 하고요. 그리고, 여러 배우와 호흡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 맞는 리액션을 하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써요.

 

배우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연극 <와이프> 대본 리딩할 때 문득 느꼈던 것 같아요. 학생 때 영화, 드라마에서 봤던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서요. (웃음) 최근에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했는데, 이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공연은 학교 다닐 때도 했다 보니 무대라는 공간은 어릴 때부터 익숙했지만, 매체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영상을 통해서만 접했던 촬영 현장 속에 제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새로워서, ’내가 배우로서 일을 하고 있구나‘ 다시 한번 체감 됐던 것 같아요.

 

 

최근 성원 씨의 삶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당연히 선하게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순간이 훨씬 많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닌‘ 순간도 분명히 찾아오더라고요. 내가 나설 필요가 있을 때는 나서고,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는 아니라고 확실히 말하는 것도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꼭 필요한 자세구나. 작품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내가 나의 가치를 잘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 의견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요즘. 

 

관객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한 문장으로 정리를 하자면,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하고는 했는데, 오래 갈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관객분들이 그 배우를 보면서 질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제가 배우로서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서 어떤 역할을 맡든, 어떤 작품을 하든 질리지 않고 계속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질린다’는 건, 그 배우를 ‘질릴 만큼 많이 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잖아요. 관객 앞에 질릴 만큼 많이 설 수 있는 것도 배우로서는 감사한 일이 아닐까요. (웃음)

오. 그렇네요. 그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그럼 제 다음 목표는 ’질려도 괜찮은 배우’가 되는 걸로 할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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